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아버지 부재의 시대라고 한다. 이 현상을 자본주의 체제와 연관시키며 자본주의 체제가 가정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오후 7시 과천소망교회 본당 대예배실에서 '현대 가정의 위기와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진행된 샬롬나비 월례포럼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가정해체-잃어버린 아버지 상' 을 주제로 발표한 신아연 작가는 김홍묵(자유칼럼그룹)의 '가족은 해체되는가'라는 글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애완 거북보다 못한 가장'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이 칼럼은 작년 '숨어서 보는 내 남편의 아찔한 일기장'이란 책을 낸 김종태(47)씨의 사연을 토대로 전개가 된다.
이 칼럼은 "김종태 씨는 자신의 서열이 7위라고 자리매김한다"며 동갑내기 아내와 두 딸(대2, 고3),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와 거북 두 마리 다음의 마지막 순위"라고 했다.
그렇게 서열을 매긴 근거로는 "김씨가 눈병에 걸렸을 땐 거들떠보지도 않던 두 딸은 거북이 눈병 났다고 어항 옆에 붙어 앉아 퇴근하는 아버지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댄다.
그러면서 칼럼은 미국 여류 저널리스트 해나 로진(Hanna Rosin)의 저서 '남자의 종말'(The End of Men)까지 거론한다.
이 여류 저널리스트는 "20만 년 동안의 남성 시대가 2009년에 뒤집혔다고 단언했다"며 "2009년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자리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한 상황을 두고 내린 분석이다"고 설명했다.
이 칼럼 기고가는 "이 같은 가족 패러다임의 변화는 힘을 쓰는 전쟁과 노동의 시대에 유리했던 남성성의 쇠퇴에 기인한다"며 "반면 후기 산업사회, 정보 및 서비스사회에서 중요한 의사소통 능력, 사회적 지능과 집중력 면에서는 여성이 낫다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락하는 남성에게 연착륙할 수 있는 날개'는 "남성의 상징인 갑옷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문명사적 변화에 적응하라는 것"이라고 "약자의 쓴 맛을 씹어 삼키며 적응과 타협의 유연성을 키우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신 작가는 이어 오늘날 가정 파괴의 적은 '자본주의 체제'라고 했다. 그는 "18세기 에드워드 기번이라는 역사학자가 쓴 <로마 제국 패망사>에는 '로마 제국이 왜 망했는지에 대한 답이 나와 있다"며 "그 요인은 '가정의 파괴'이다"며 우려했다.
이어 "그저 돈 못 버는 가장, 돈 버느라 밤 늦게 돌아와 자녀들 얼굴도 못 보고 주말에라도 놀아주기는커녕 피곤에 절어 밀린 잠자기 바쁜 아빠·남편의 모습은 아내나 자녀들 눈에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한심해 보여 다툼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남남보다 더 못하게 부부관계, 부자, 부녀관계가 되어 남편과 아버지를'왕따'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TV다큐멘터리에서 밤샘 근무를 하고 아침에 온 남편에게 네 살 먹은 아들과 놀아 주라며 아내가 요청하고 잘 놀아주는지 지켜보던 상황을 보았다며 "급기야 어린 아들이 엄마에게 아빠의'놀이 태만'을 일러준다"며 아이 앞에서 '아버지의 권위'를 무너지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전통적인 대가족 형태에서는 집에 할아버지도 계시고, 할머니, 삼촌, 고모, 사촌 형제들도 있으니 굳이 아버지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아도 애들을 잘 키울 수 있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집에 부부 단 둘 뿐이니 서로 지쳐서 자녀양육이 무슨 전쟁처럼 되어 버렸다"고도 했다.
이 상황에 신 작가가 내놓은 답은 '부부가 사랑하는 것'이다. 그는 "두 사람이 사랑하면 많은 문제는 해결된다"며 "자본주의가 적인 세상에 그 적으로부터 가정을 지키려면 부부가 화합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돈타령을 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지는 것이다"며 "돈은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 돈의 압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가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부화목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남편 자체이다"며 "남자의 길에서 여자는 에피소드가 될지 몰라도 여자의 길에서 남자는 히스토리가 된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아이들하고 놀아주라고 채근을 해대는 아내의 내면엔 사실상 남편으로부터 사랑 받고 싶은 자기 불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남편들에게 "아내를 사랑해 주면 아이 보라는 말을 안 들을지 모르니 한번 실천해 보라"고 조언했고 아내들에게 "남편에게 자꾸 애들하고 놀아주라고 부담스럽게 압력 넣지 말라"고 권했다.
대신 아이들에게 "아빠는 정말 고마운 분이다. 너희들이 눈으로 직접 안 보니 모르겠지만 아빠는 온 종일 밖에서 열심히 일하시느라 너무 피곤하시다. 그러니 너희들하고 시간을 많이 못 내시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일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아연 작가는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시드니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 역임, 중앙일보, 여성중앙, 자유칼럼그룹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2013년 봄 출간),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 등이 있다.
또 이날은 '성(性)의 관점에서 본 가정해체와 그 대안'을 주제로 박종서 박사(한신대 정신분석 대학원 외래교수, 한국정신분석전문가협회 회장, 양지평안교회 담임)가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