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 6000달러를 넘어섰고,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소득(GNI)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겉으로 보이는 경제 성장과는 대조적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모녀 자살 사건 등을 보듯,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입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에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70대 노모와 장애인 아들이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여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제 성장을 했으니, 국민들의 가계 형편이 나아져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권진관, 김정숙, 방인성, 이정배)는 시장경제 제도의 위기와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8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대안경제 모색과 협동경제학'이라는 주제로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최소영 목사(감리교 여성 지도력 개발원 실장)의 사회로 정태인 교수(성공회대)가 발제를 담당했고, 김소연 씨(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와 강원돈 교수(한신대)가 논찬을 맡았다.
정태인 교수의 발제를 논찬한 김소연 씨는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노예와 같다"면서 "돈의 노예이며, 이러한 비극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먼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오로지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세상에서 비정규직이라는 굴레 속에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비정규직 내에서도 1차와 2차 3차 하청, 용역 특수 고용 등으로 자본과 정권이 갈라놓은 선을 넘지 못하며 동료들과 경쟁하면서 모두가 피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뿐만 아니라 제주 강정, 밀양 역시 공동체로 살던 주민들이 '돈'으로 갈라놓은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서로 적이 돼, 공동체와 환경을 함께 파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신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시장경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본과 정권 권력이 만들어낸 신자유주의라는 승자독식의 정글법칙이 지배해, 미래를 팔다 끝내 자식들까지 죽여 가며 자살하는 생지옥의 세상을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 살아야 할 사람들이 이윤을 위해 서로 경쟁하게 돼, 결국 어떤 희망도 품지 못한 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발언했다.
김 씨는 "자본주의는 발전적 체제가 아니며, 돈의 노예로 만드는 죄악의 체제"라고 단언했다. 과격하게 들리는 이러한 말들도 비정규직의 설움을 경험한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그는 "고단하지만 사람답게 사는 길, 투쟁의 길에 나섰다"면서 "임금 노예의 사슬, 자본과 권력에 의해 장악된 중심을 그대로 두고, 주변이라도 조금 바꿔보자는 것은 자신을 잠시 만족하게 하지만 세상은 바꾸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좋은 이윤을 내는 상생하는 시장경제는 없다. 이윤과 돈이 아니라, 쓸모와 관계를 나누는 시장 대신 광장이 필요하다"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순을 극복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인 교수는 '시장경제와 사회적 딜레마'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시장경제의 실패와 이에 따른 사회적 딜레마 등을 학술적으로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발제를 시작하며, 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즉 경제적 인간이라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은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주체를 가리키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를 추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견해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히려 그는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며 사례와 실험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인간이 매우 상식적이며 상호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실험 등을 통해 인간의 이러한 두 가지 속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째 인간은 언제나 남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남을 생각하며, 즉 남이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가장 상식적이면서 현실적인 모습이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인간은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 응징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러한 인간의 속성이 상호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호성이야말로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은 항상 균형을 유지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신념에 대해 정 교수는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당연히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시장실패 사례로 공공재를 들었다. 그러면서 공중파 방송이나 국방과 같은 공공재는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성 역시 시장실패의 사례라고 말했다. 외부성의 대표적 사례는 환경오염이다. 공해 물질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만 그 비용은 불펜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다른 시장실패의 사례로는 '독점'과 '정보 불완전성'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시장은 언제나 효율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마지막으로 '시장의 근본적 한계'에 대해 강조했다.
먼저 시장에서 돈 없는 사람들의 필요는 실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으로 작동돼 경쟁 균형이 성립한다더라도, 그 값을 치를 수 없는 사람들은 사과를 공급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둘째는 시장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균형가격을 찾아 가지만, 단 한 번의 시행착오라도 사람들의 생명이나 사회의 존속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생태 문제를 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생태 문제가 세대를 넘어서는 문제이지만, 그동안 경제학의 대상이 아니었고, 기껏해야 시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