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충원 목사   ©샬롬나비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성경의 진리에 충실하려 하면 할수록 세상의 주된 흐름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동일한 세계를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신자는 성경의 빛 아래서 자신과 세계를 이해한다면, 비신자는 이성과 경험에 근거하여 자신과 세계를 이해한다. 현대사회는 과학을 권위의 원천으로 여기면서, 성경의 진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은 낯선 곳에 살아야 하는 이방인처럼 낯선 문화, 낯선 세계관에 둘러싸여 살게 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이 사회에 적응하며 살기는 너무도 어렵게 되었다. 오늘날 세속적 세계관이 주류인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독교 세계관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께 대한 철저한 의존을 핵심진리로 갖는다. 우리가 믿는 바는 인간의 이성은 자율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권위 아래 있고, 그분의 주권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이 중세스콜라 신학에 대항하여 싸운 것은, 중세의 신학이 하나님께 대한 철저한 의존보다 인간의 이성의 자율성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종교개혁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대한 강조를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 결정적인 복음의 회복이 있다.

그런데 종교개혁 이후에 서구에 계몽주의 사조가 지배하게 되면서, 서구사회는 중세보다 더 강하게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게 되어, 기독교의 권위가 실제의 삶에서 힘을 잃게 되었다. 칸트가 아주 분명하게 제시한대로, 계몽주의가 말하는 계몽이란 종교적인 일체의 후견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율적인 이성으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써 이제까지 서구세계를 지배해온 계시와 교회의 권위는 자율적인 이성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해서 더 이상 현실적인 타당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근대 서구의 진보란 바로 하나님의 권위를 대표하는 성경과 교회의 권위로부터의 자유이다. 그동안 종교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마저도 인간의 이성과 역사의 발전에 장애가 되었다고 느끼고, 이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 곧 진보의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제 종교개혁으로 열려진 새로운 사회의 비전은 계몽주의적인 자율성의 방향에 의해서 소멸되어 가고, 서구 기독교는 중세보다 더욱 더 세속적인 세계에서 이방인으로서 소외를 경험하게 되었고, 한국교회도 이런 세계의 흐름의 영향 아래서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오늘날 기독교 세계관은 이런 서구역사의 흐름의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기독교 세계관을 정초한 아브라함 카이퍼가 강조한 대로, 오늘날 기독교 세계관의 핵심적인 과제는, 하나님으로부터의 자유를 공언하는 세속적 세계관의 주된 흐름에 대해 단호하게 맞서서, 성경적인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종교개혁적인 전통에 선 기독교 세계관에서, 인간은 철저히 하나님에게 의존적이고 복종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교회의 권위에서 해방된 이성과 사회를 주장하는 세속사회의 자율성의 이념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이념과 상극을 이룬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종교개혁적인 입장에 따라서 하나님의 주권에 철저히 복종하는 삶을 주장하면, 세속의 주류사회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독교 세계관을 지닌다는 것은 곧 오늘의 보편적인 세계관에 거슬러서 사고하고 그렇게 산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로써 심각한 갈등을 야기한다.

우리는 현대의 자율성 주장을 다 부정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억압적인 종교적, 정치적 권위에 대항하여 싸우는 자율성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또 성경의 진리에 부합하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자율적일 수 없는 피조물이며 죄인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인 성경의 진리이다. 그리고 성경이 말하고 그리스도인의 경험이 보여주는 바는 하나님의 권위에 절대 의존하고 절대복종하는 삶이 인간의 자율성을 억압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잘못된 권위로부터의 자유와 진정한 자율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자율성을 주장하는 세속적인 세계관에 직면하여, 이 세계관이 얼마나 현재 우리의 삶을 위기에 빠뜨리는지 드러내고,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 사고하는 기독교적 관점이 우리의 사회를 건강하고 합리적으로 세워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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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충원목사 #기독교세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