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결이 영토에서 이번에는 가스공급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거기에 구소련 이후부터 이어져온 무기거래도 단절됐다.
알레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현지시간으로 5일 러시아 TV방송에서 "(지난 4년 간)하리코프 협정으로 할인한 가스 대금 합계액이 총 114억 달러(약 12조247억원)에 달한다"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할인해 준 천연가스 대금 상환을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010년 맺은 하리코프 협정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를 할인된 가격에 제공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양국은 러시아가 2017년 5월 만료되는 러시아 흑해 함대의 세바스토폴 주둔 기간을 2042년까지 연장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사용료로 매년 9800만 달러와 그 이상의 액수에 대해선 천연가스 대금과 상계하기로 합의했다.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러시아는 흑해 함대 주둔 연장을 위해서 미리 지불했던 것이고 할인 금액은 정부가 받지 못한 돈"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114억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러시아가 가스 수출 가격 인상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를 스톡홀름 중재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체뉵 총리는 "러시아가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수 없자 경제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인상한 가스 가격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작년 천연가스 수입 가격인 1000㎥당 196유로가 시장 가격인 동시에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사흘간 두 차례에 걸쳐 80% 인상했다. 가즈프롬은 지난 1일 1000입방미터(m³)당 천연가스 수출 가격을 268.5달러에서 385.5달러로 올린 데 이어, 3일 가격을 485.5달러로 또 인상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결제하지 않은 가스 수입 대금 연체액 22억달러(3월 말 기준)도 즉시 갚으라고 통보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가스 대체수입선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천연가스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우크라이나는 자국보다 러시아산 가스를 더 싸게 공급받게될 유럽으로부터 가스를 역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무기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수업체들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와 부품 군사기술 수출중단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관계자는 "적의 군대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4일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무기의 러시아 수출은 전체의 40%를 차지하며 수출액은 연 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