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 이후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언급하며 강경기조를 이어갔다. 그간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에 반발해 방사포, 단거리 로켓, 스커드·노동미사일 등을 무더기로 발사하면서 남북 대화의 맥이 끊긴 상황에서 국면 전환의 계기는 쉽게 마련되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최근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유엔 안보리의 성명에 동참한 것도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14일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미국에 맞서 '핵억제력'을 과시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나서 제4차 핵실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무성 성명은 "미국이 '연례적'이니 뭐니 하면서 '평양점령' 등을 노리고 각종 핵타격수단들을 총동원하여 핵전쟁연습을 끊임없이 벌려놓고 있다"며 이에 대응한 훈련에도 "보다 다종화된 핵억제력을 각이한(각각 다른) 중장거리 목표들에 대하여 각이한 타격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가지 형태의 훈련들이 다 포함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이것을 또다시 '도발'로 걸고 드는 경우에 대처해 적들이 상상도 하기 힘든 다음 단계 조치들도 다 준비돼 있다"며 "조선반도에서 누구도 바라지 않는 파국적인 사태가 초래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북한의 '자위적 로켓 발사' 훈련을 규탄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이 저들의 전략적 이해관계로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도용해 우리를 고립압살하려는 책동에 계속 매달리는 한 우리도 정당방위할 권리가 있으며 그렇게 할 준비도 다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 언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독일에서 평화통일 구상을 위한 대북제안을 발표했음에도 한반도 정세는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3가지 구상을 북측에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비핵화 없이도 민생지원'이라는 내용이 요지인 점에서 "새로운 핵시험(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란 북한의 성명은 사실상 거부 의사이다. 이같은 강경 일변도는 박 대통령의 평화통일 구상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4차 핵실험까지 언급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거에 무시하는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핵실험 대신 다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된 상태이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외무성 성명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이 앞으로 노동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