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비세 인상이 내달 예정된 가운데, 일본 경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엔화 영향권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의 소비세 인상으로 엔화 움직임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의 소비세는 내달 1일부터 5%에서 8%로 3%포인트 인상된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의 일환 중 하나로서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인상은 1997년 3%에서 5%로 인상된 이후 17년 만이다.
1997년 당시 하시모토 총리가 소비세를 인상을 하면서 당시 불어닥친 IMF 사태에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고이어진 참의원 선거에서 하시모토 정권은 대패한 역사가 있다. 아베정권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40%에 달하는 국가 부채와 충당해야 하는 사회보장비 등 국내 상황이 소비세 인상을 꺼내게 만들었다.
문제는 수출이다.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수출이 경기를 끌어줘야 하는데, 상당수 기업들이 외국으로 이전한 점으로 인해 아베노믹스를 통한 수출효과는 미미했다. 일본 정부는 공공사업에 5조 5천 억 엔을 투입, 금융 완화로 소비세 인상 부작용을 상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성공여부에 미지수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로 수입 물가가 상승한 상황에 소비세 인상이 더해지면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있다. 니시오카 준코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8일 블룸버그통신에 일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향후 6개월간 1.2∼1.3%를 맴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결국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에 설득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의 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기보다 1.3% 상승, 지난 1월과 같은 물가상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으며 무역수지 악화와 같은 엔저의 '역풍'을 고려하면 추가 부양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소비세율이 도입된 1989년과 인상된 1997년을 비교해 재무건전성 개선, 기업 설비투자 증가 등 일본 경제의 완충 장치가 탄탄해진 만큼 소비세 인상이 장기간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엔화 약세의 향방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현재 엔화 강세와 약세 요인이 국제 시장에 공존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퍼지면서 달러가 강세인 가운데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엔화 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엔화가 약세로 우리 기업에 불리하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금융기관 전문가들의 6월 말 엔화 전망치는 달러당 105엔, 연말은 110엔에 이른다. 노무라증권은 "통화공급이 계속되므로 엔저가 유지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반면 연준 위원들이 이후 옐런 의장 발언을 희석하려 하는 만큼 미국 금리가 급등할 위험성은 작아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김대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옐런 발언 이후 연준 위원들의 행보가 달러·엔 환율의 변동성 축소와 달러당 100엔대 초반 유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분간 달러화 약세를 점쳤다. 또한 엔화 강세에 수헤받을 반도체, 소프트웨어, 유틸리티 업종을 주목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