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동성결혼자의 취업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미국 월드비전이 이틀만인 26일 이 결정을 철회했다.
미국 월드비전의 직원들은 직원 행동규범에 따라서 '결혼 전 순결과 결혼 후의 충실함'을 지킬 것을 맹세해 왔다. 여기서 결혼은 당연히 이성 간의 결혼을 지칭했으나 이 정의를 동성결혼에도 확대한다는 것이 변경 내용의 골자였다. 즉 동성커플인데 합법적인 부부 지위를 갖고 있다면 이 동성결혼 상태가 취업을 막는 요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리처드 스턴즈 월드비전 회장은 이러한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변화는 월드비전이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단지 직원들이 속한 다양한 교단들의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을 존중하고 기독교 커뮤니티의 일치를 지지하기 위해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결정은 성소수자 그룹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지만 미국의 대표적 복음주의 목회자인 러셀 무어 목사, 존 파이퍼 목사,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조지 우드 목사 등이 이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 되기 시작했다. 우드 목사는 자신이 총회장으로 있는 하나님의성회 교회들과 교인들에게 월드비전에 대한 기부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잇따른 비판 가운데 월드비전은 결국 26일 "이사회는 최근의 결정을 철회하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실수했다.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성경적 결혼 내에서의 신실함을 직원들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세워진 국제 구호단체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대표적인 단체로 매년 전 세계 2억5천여 만 명에게 재난 구호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구호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월드비전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전체를 통틀어 4만여 명의 직원이 있는 가운데 이 중 6천여 명이 비기독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월드비전의 경우 모든 직원을 기독교인으로만 뽑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비기독교인 지원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단체의 기반인 기독교적 가치가 직원 채용 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고 승소한 전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