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규 목사.   ©뉴시스

독재정권에 맞서 유신체제를 비판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91) 목사가 재심에서 35년 만에 억울함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23일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1979년 징역 5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박 목사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고 확인한 것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 등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무효성이 선언된 데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전했다.

'길 위의 목사'라고도 불리는 박형규 목사는 현대사의 차디찬 현장에서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평생 헌신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 목사는 1978년 2월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유신체제를 비판하고 새민주헌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3·1민주선언'을 발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박 목사는 같은 해 9월에는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시위에 동참하라고 권유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았다.

법원은 당시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박 목사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는 1989년 법률 개정으로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해 재심에서 면소 판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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