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탈핵 운동가 초청강연회가 22일 오후 서울 대흥동 서강대 다산관 개최됐다. '굿바이 원전! 탈핵운동의 최전선에서'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는 일본 피폭 원전노동자 산재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이케나가 오사무(池永修) 변호사와 '원자로 폐지를 위한 1만인 소송''운동을 전개해온 아오야기 유키노부(靑柳行信) '원전 안녕' 후쿠오카 대표가 초청됐다.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재난은 현재형이다. 전세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은 동일본 대재난은 지난 2011년 도호쿠 지방 산리쿠 앞바다에서 일어난 쓰나미에 의해 시작됐다. 이 사고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거치면서 정점에 이르렀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후유증은 심각하다. 모 매체가 보도한 후쿠시마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편지에 의하면, 남겨진 후쿠시마 사람들은 매일매일, 말 그대로 지옥 속에 고통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또 그들은 방사능이 포함된 쌀, 채소, 고기 등 식품을 되도록 피하려고 먼 곳에서 어렵게 구해서 먹고 있다. 주민들은 수돗물은 좀처럼 마시지 않고, 오염된 공기로 인해 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100만명 중 한 명이 발병한다는 소아갑상선암이 고작 인구 200만 명인 후쿠시마현에서만 벌써 33명이 발병했다. 해가 갈수록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행사를 주관한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소장 박문수 신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피폭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원전의 위험과 그 대책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려는 자리"라고 강연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케나가 오사무 변호사는 이날 '모든 원전의 폐로'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일본 내 탈핵운동과 우리나라의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오사무 변호사는 일본 원전의 연장 가동과 우리나라의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가 모두 노후 원전에서 발생한 것을 볼 때, 시급히 원전 중단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가까운 일본 사가현에 있는 겐카이 원전은 우리나라 고리 원전과 불과 200 km 거리라는 점도 감안해 핵발전소 위험의 상호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오야기 유키노부 대표는 탈핵운동에 대해 설명하며, 위험한 원전은 필요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후쿠시마현 내는 물론, 관동 이북의 광범위한 지역에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원자력 곧 핵의 문제는, 사가현과 가고시마현 두 개의 현에 총 6기의 원전에 이 문제를 안고 있지만, 큐슈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일본에서 펼치고 있는 탈핵 운동의 경과를 설명했다. 유키노부 대표는 "사가현의 겐카이 원전 1호기는 노후화로 인해 긴급 정지할 때 급속한 냉각 때문에 파손될 위험이 있다"면서 "겐카이 원전 3호기는 2010년 말 1차 냉각수 누수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가 일으킨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이 사고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큐슈전력 측은 줄곧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키노부 대표는 24시간 체제로 원자력 발전 정지와 큐슈전력의 성실한 대응을 요구하는 농성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남녀노소가 자유롭게 드나들며 만나는 '히로바'가 생겼다고 한다. '히로바'는 큐슈전력 본점 빌당 앞, 불과 10미터 장소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히로바'는 '많다'는 의미이며, 원전폐지 서명과 탈핵에 찬성하는 이들이 모여 탈핵 의사를 보여 주는 곳이라고 했다. 이곳은 홍보지, 메일로 탈 원자력 발전의 대책을 전해주는 정보 센터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유키노부 대표는 큐슈전력의 겐카이 원전과 센다이 원전의 재가동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원인도 불분명하고, 수습의 전망도 없는 데, 주민의 안전을 생각하면 재가동을 입에 올릴 수 없다"며 "그럼에도 큐슈전력은 일정한 평가를 거친 후 재가동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것은 주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태도"라고 분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원자력 발전소는 시설 건설과 사고 발생시 이재민 손해배상비용, 핵폐기물 처리비 등을 볼 때 방대한 비용이 들기에 매우 비경제적인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용 후 핵폐기물은 10만년 이상, 주거 환경과 격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를 위한 최종처분장이 없다"고 원전 반대를 분명히 했다.
더불어 유키노부 대표는 후쿠시마 사후 관리 측면에서 오염수 대책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사고로 인해 광범위한 주민 생활권을 빼앗겼다. 피해가 막대하고 복구에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며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은 원전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사무 변호사와 유키노부 대표가 밝힌 원전 무용론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강연에서 원전 사고시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폐해가 심하다는 점, 일본의 경우 지진이 활발하다는 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수습되지 않은 것과 명확하게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점, 국민 여론의 강한 반대 등을 들어 원전은 불가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안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고리 1호기의 안전성 문제는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리 1호기는 노후화로 인해 자칫 엄청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도 국내 최고령의 고리원전 1호기는 수명이 다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원전보다 위험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의 주장은 고리 1호기가 계속 운영된다면 원자로 파괴 등 참사가 발생할 수 있으며, 빨리 폐쇄하는 것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날 탈핵강연회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키노부 대표는 "원전은 원료인 우라늄을 채굴할 때부터 전력 생산, 폐기물 처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피폭 노동자를 만들어낸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적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사무 변호사는 "원전은 반드시 사고를 낼 수밖에 없다. 비핵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바다가 오염돼 한국 어업이 피해를 본 것처럼, 또다시 원전 사고가 나면 이웃 나라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