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끝에 전격적이고도 극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있게 될 한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늘 오후 외교부에서 발표가 있을 것 같다"며 3국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했다. 외교부는 세부사항을 조율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어서 의미가 있다. 3자회담 형태이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한일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하게 됐다. 양국 정상의 회담은 2012년 5월13인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마지막으로, 22개월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재하는 형식의 3국 정상회담은 핵의 평화적 이용과 비확산을 주제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취지에 맞게 북핵과 이에 대비한 3각 공조를 의제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맞서 역내 평화를 유지하고, 갈수록 팽창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 틀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전통적인 한미일 3각 동맹의 복원과 냉각된 한일관계의 개선에 공들여왔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3국의 공동입장을 끌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압박 속에 아베 총리도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거듭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일종의 '성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회담을 끝내 거부할 경우 대화와 관계개선을 피한다는 인상을 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박 대통령의 회담 수용이유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과거사와 위안부에 대한 성의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한일정상회담을 일본 압박의 도구로 사용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이 3자회담인 만큼 한일 과거사 문제 등이 직접 다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3자회담으로 한일 양국이 대화를 타진할 수는 있지만 군위안부, 야스쿠니 참배 등 문제로 인해 곧바로 관계개선의 길을 밟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