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템플턴상의 영예를 안은 체코의 가톨릭 성직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할리크(Tomas Halik, 65) 신부가 상금을 종교인들과 무신론자들을 화해시키는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할리크 신부는 구 소비에트연방 시절 공산주의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체코의 종교자유를 위한 활동을 펼쳐 왔으며,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 간의 대화를 증진시키는 일에 오랜 기간 헌신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템플턴상을 수상하게 됐다. 할리크 신부는 또한 에큐메니컬 국제 수도회인 테제(Taizé) 공동체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템플턴재단은 "할리크 신부의 종교 간 대화는 가톨릭의 오랜 지적 전통이 서구의 종교와 세속주의, 그리고 이슬람 문화까지도 하나되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템플턴상은 미국 태생의 영국 금융인이자 자선사업가인 존 템플턴(John Marks Templeton)이 노벨상에 종교 부문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1972년에 창설했다. 해마다 종교 분야에서 인류를 위해 이바지한 인물에게 수여되며, 시상식은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다.
특히 템플턴상의 상금은 약 110만 달러(약 20억 원)로 전 세계에 수여되는 상 가운데서 가장 높은 액수다. 할리크 신부는 수상자로 발표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해 왔던 노력을 상금을 통해 더 발전시켜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이 상을 받고자 한다"며, "테레사 수녀와 로저 슈츠 형제 등 먼저 이 상을 받은 사람들과 함께 수상자에 합류하게 된 것을 감사히 여긴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사람들 간의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존 템플턴 경이 이 상을 창설하게 된 정신, 바로 영성의 고양이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사상"이라며, "영성이 없었다면 우리의 문명은 냉혹한 세계였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할리크 신부는 "이성은 하나님이 주신 위대한 선물이며 과학과 기술은 우리 문명의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에서 비롯된 영성과 도덕성 없이는 이 이성은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오늘날 사회에서의 종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템플턴상의 정식 명칭은 '영적 진실에 관한 연구와 발견의 진전을 기리는 템플턴상(Templeton Prize for Progress Toward Research or Discoveries About Spiritual Realities)'이다.
제1회 수상자는 인도의 테레사 수녀였으며, 미국의 빌리 그래함 목사, 달라이 라마 등 종교 지도자들은 물론 러시아 작가 알렉산더 솔제니친 등도 이 상을 받았다. 1992년에는 제21회 수상자로 우리나라의 한경직 목사가 기독교의 사랑과 박애를 실천한 공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학, 윤리학, 과학 분야에서 많은 수상자가 배출되어 왔다. 2013년 수상자는 남아공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