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를 3년 만에 들고 왔을 때는 군대 제대하고 맞이해 주시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오랜 공백을 깨고 왔네요.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을 연출한 이정향 감독은 26일 서울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 열린 이 영화의 제작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정향 감독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장 주목받았던 여성 감독.

1998년 심은하 주연의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데뷔한 이 감독은 그해 대종상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국내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쓸며 상큼하게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두 번째 작품 '집으로'(2002)를 통해서는 전국 480만명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검증받은 그였지만 차기작을 준비하기까지는 9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오늘'은 데뷔작 이전에 시놉시스를 써 놓은 작품입니다. '집으로'를 끝내고 다음 작품은 '노바디 썸바디'('오늘'의 前 제목)를 하겠다고 했죠. '노바디 썸바디'를 쓰기 시작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의 폭과 깊이가 더해졌어요. 그래서 생각의 각도가 달라지면서 내용상의 수정이 이뤄졌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나리오에 매달렸습니다. 중간에 놀기도 했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일외에 다른 일을 한 적은 없습니다."
용서를 화두로 한 '오늘'은 다큐멘터리 PD 다혜의 마음속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약혼자를 뺑소니 사고로 잃은 다혜(송헤교). 힘겹게 가해자 소년을 용서한 그녀는 사고가 난 지 1년 후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용서해 준 17살 소년을 떠올린 다혜는 우연히 전해 들은 그 소년의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이 감독은 왜 '오늘'이라는 제목을 지었을까.

"영화를 만들면서 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에게 조그만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법은 유가족에게 무관심하기 일쑤죠. (법으로부터) 방치된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어떻게 삶을 꾸려갈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그분들이 분노 속에서 살아간다면 삶은 피폐해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그 분노를 마음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어내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의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리고 그런 하루들이 쌓여간다면,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오늘'이라는 제목을 지었습니다."


'아시아의 스타' 송혜교가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아시아 일대에서 활발하게 활약했지만 국내영화로는 2007년 '황진이' 이후 4년 만이다.

송혜교는 "원래 이정향 감독의 팬이었다.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다가갔다"며 "시나리오를 보고는 더욱더 반했다. 너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복귀작인데 무거운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읽고 이 캐릭터를 더욱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상업영화와 아트영화를 구분해서 영화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으면 하는거다"고 밝혔다.

'오늘'은 개인의 마음을 따라가는 영화다. 그간 감정을 발산하는 연기를 주로 해온 송혜교는 "연기할 때마다 어렵지만 이번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많아서 특히나 어려웠다"며 "다른 건 감독님이 잘 잡아주셔서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감독의 세번째 영화의 주연을 꿰찬 송혜교는 벌써부터 '미술관 옆 동물원'에 출연한 심은하와 비교되기도 한다. 부담감은 없을까.

"팬으로서 기분 좋은 일입니다. 영화 결과에 따라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선배와 같이 언급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영광입니다."
영화는 다음 달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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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송혜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