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71) 추기경이 2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서임 예식에서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가톨릭 교회 추기경에 공식 임명됐다.
염 추기경은 이날 오전 11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서임 예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순교자의 피와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주케토(성직자들이 쓰는 원형의 작은 모자)와 비레타(주케토 위에 쓰는 3각 모자), 추기경 반지를 수여받았다.
염 추기경은 서임식을 마친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옹을 해주면서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한국인도 교황을 사랑하며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임식에서는 염 추기경 외에 교황청 국무장관인 피에트로 파롤린 대주교, 신앙교리성 장관인 게르하르트 루드비히 뮐러 대주교와 영국, 캐나다, 니카라과,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필리핀, 아이티 등 15개국에서 19명이 추기경에 공식 취임했다.
이 가운데 염 추기경을 비롯 16명은 80세 미만으로 가장 중요한 추기경 권한이자 의무인 교황 선출 투표권을 갖게 된다.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은 아시아에서 2명, 아프리카에서 2명, 북미에서 1명, 중남미에서 5명이 포함됐으며,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출신 4명을 포함해 총 6명이 임명됐다.
이들의 서임으로 전 세계 추기경은 218명,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122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교황선출권을 갖는 추기경 중 2명이 오늘 3월이면 만 80세를 넘게 돼 정원인 120명이 될 전망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서임식 전 지난 20~21일(현지시간)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한국의 이산가족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염 추기경은 22일 서임식을 앞두고 열린 추기경 회의 발언에서 "한국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한 뒤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이산가족 대부분이 80세를 넘겼다. 서로 헤어져 가족을 그리며 살아가는 이산가족들과 이번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는 상봉자들을 위해 교황께서 기도해 주시고 강복해 주시길 청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가정의 복음화'를 주제로 열린 이 회의에서 "추기경 서임 소식을 접하고 저를 제외한 많은 한국인이 기뻐했다. 저는 추기경의 사명이 무엇인지 잘 안다. 두렵고 떨리지만 충실하게 이 사명을 완성하고 교황님과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또 "오늘날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이 두 가치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톨릭 신앙을 가진 부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삶 속에서 가정이라는 가치를 지켜내는 증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염 추기경 등 신임 추기경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바티칸 바오로6세 홀에서 순례객들의 축하 예방을 받으며, 염 추기경은 저녁에 교황청 주재 대사관에서 열리는 한국정부 대표단 축하 만찬에 참석한다.
염 추기경은 23일에도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리는 서임 축하 미사에 참석하고 이어 한인 신자들과 로마 한인 신학원에서 별도의 미사를 가질 예정이다. 또 24일 오전 11시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오후 4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한다.
염 추기경은 26일 로마에서 출발, 27일 오후 5시25분께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