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을 그리던 혈육과 감격의 재회를 한 이산가족들은 짧은 만남 후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했다.
북측 가족들은 작별 상봉 후 남측으로 떠나는 버스 앞에 나와 가족들을 배웅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오빠 다시 만나요", "하나 된 조국에서 꼭 다시 만납시다", "건강하세요"라고 외치며 작별의 인사를 했다.
지난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60여 년 만에 해후한 1차 남측 상봉단은 22일까지 개별상봉, 단체상봉, 공동중식, 환영만찬 등 6차례에 걸쳐 11시간을 만나는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22일 오전 9시부터 작별 상봉이 진행된 금강산 호텔 행사장의 분위기는 전날과 달리 초반부터 착 가라앉아 있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긴 이별 끝에 어렵게 만난 혈육의 얼굴을 바라보며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이별의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자 눈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했다.
북측의 여동생 박춘순씨는 오빠인 박태복(85)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며 "오빠는 나의 아버지 모습이어요. 통일돼는 날이 멀지 않았어요. 몸 관리 잘하세요"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납북어부 박양수(58)씨의 동생 양곤(52)씨는 작별상봉에서 "형님 건강하십시오"라면서 아들 종원(17)군과 함께 형에게 큰 절을 하며 오열했다.
양곤씨는 "42년 만에 만난 형과 또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라고 말했다. 양수씨는 "통일되면 만난다"라며 동생을 안고 울었다.
북한에 두고온 딸 명옥(68)씨와 동생 복운(75·여)·운화(79)씨를 만난 박운형(93) 할아버지는 "내 계획이 105살까지 사는 것"이라고 딸과 동생에게 건강하라고 당부했다.
여동생 석려(81) 씨를 만난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의 아들 고정삼(67)씨는 "어머니가 이제 여한이 없다고 하신다"라며 "꼭 통일이 돼서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령자들 가운데는 건강 악화로 마지막 상봉에 나오지 못하거나 감정이 격해져 만남 도중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다.
치매 때문에 딸 동명숙(67) 씨와 동생 정실(85·여)씨를 알아보지 못했던 이영실(88) 할머니는 결국 건강이 나빠져 작별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정실씨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오환(85) 할머니는 동생 옥빈(72·여)·옥희(61·여)씨를 끌어안고 울다가 결국 실신했다.
남측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호텔 상봉장 밖에 대기중이던 버스에 탑승한 이후에도 안타까운 장면은 이어졌다.
이명호 할아버지는 버스 창밖에서 안타까운 눈길을 던지고 있는 동생에게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등 손동작을 연신 취했고, 이 장면을 본 북측 가족들은 우리 측에 "저게 무슨 동작이냐"며 그 의미를 물었다.
북측 가족들은 "사랑한다는 의미"라는 우리측 기자의 답변을 듣자 역시 팔을 들어올려 하트 표시를 만들며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남측 가족은 버스 창밖에 있는 북측 가족들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수첩에 '잘 살아 고모님, 건강히 아버님 잘 모실게'라는 글귀를 적어 보여줬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북측 가족과 손을 마주대거나, 창밖 가족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는 등 긴이별을 앞에두고 마지막으로 혈육의 정을 확인하는 안타까운 장면들도 꼬리를 물었다.
남측 상봉단이 탄 버스가 출발한 뒤에도 북측 가족 일부는 버스를 따라가며 오열을 하다 북측 기관원들에게 제어를 당하기도 했다.
23∼25일에는 역시 금강산에서 2차 상봉이 이어진다.
1차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2차 상봉에서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과 만나는 남측 가족 36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