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남녀 화장실 및 탈의실 공동사용법인 'AB1266'을 반대하는 주민 서명이 유효성 95.6%를 기록하며 전면 재검표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1일 발효된 이 법은 다음달 24일까지 진행될 재검표에서 반대서명이 50만4760개가 넘으면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상정돼 이때까지 효력이 중지되지만 만일 부족할 경우 주민투표는 무산되고 법의 효력도 유지된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반대 서명운동에서는 무려 61만9244개의 서명이 확보됐다. 이는 주민투표에 법안 폐지 문제를 상정하기 위해 필요한 50만4760개보다 무려 11만4484개가 많은 수였다.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르면 주민투표 상정을 위해서는 50만4760개의 서명이 필요하며, 서명운동이 완료 후 각 카운티 별로 카운티 내 전체 서명의 3% 혹은 500개 서명 중 많은 숫자의 서명을 추출해 유효성을 검사한다. 여기서 50만4760개를 기준으로 95% 이하, 즉 47만9522개 이하가 되면 주민투표 상정은 실패하고 110% 이상, 즉 55만5237개 이상이 되면 성공한다. 만약 95%에서 110% 사이의 수가 나오면, 주정부는 카운티 별로 모든 서명에 대한 전면 재검표를 실시하도록 하며 이 단계에서 50만4760개 이상이 되면 통과, 아니면 폐기한다.
이번 서명운동에서는 122%의 서명이 확보됐기에 주민투표 상정이 거의 확실시 됐으나 초고강도로 이뤄진 유효성 검사에서 무려 13만6662개 서명이 무효처리되며 고작 48만2582개 서명만이 남았다. 이는 유효성이 95.6%이며 주법에 따라 전면 재검표에 들어가게 됐다.
만약 서명이 3060개만 모자랐어도, 유효성이 95%가 되지 못해 재검표는 커녕, 주민투표 상정 자체가 무산될 뻔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체 서명의 무려 22%에 달하는 13만6000개의 서명을 무효화 시킨 LGBT(성소수자) 그룹의 막강한 공세다. 이번 61만9244개의 서명은 LA카운티에서 13만978개, 샌디에고카운티에서 7만2542개, 샌버나디노카운티에서 6만3348개가 모였지만 모노카운티와 툴레어카운티에서는 단 한 개의 서명도 없었고 알파인카운티에서는 단지 1개에 그쳤다. 그만큼 유효 서명을 탈락시키는 데에 초고강도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이 법에 반대하는 성소수자 그룹은 서명 3060개를 더 탈락시키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보수층은 3060개 차이로 주민투표가 무산될 뻔 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이런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2년 7월 동성애 교육 저지를 위한 PRE(Parental Right in Education) 법안을 주민투표에 상정하기 위해서도 50만4760개의 서명이 필요했다. 1차 서명 마감일에 약 3만여 서명이 모자란 사태가 빚어졌고 두 달 후 서명을 보충해 가까스로 50만4940개의 서명을 채웠다. 이는 카운티의 집계를 무사히 마쳤고 95% 이상으로 유효성 검사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재검표에서 고작 3천 서명이 모자라 주민투표가 좌절됐다.
이제 주정부는 각 카운티에 2월 24일까지 전면 재검표를 지시했으며 여기서 50만4760개 이상이 되면 주민투표는 성사되고 아니면 폐기된다. 그리고 이미 발효된 AB1266은 2월 24일까지는 유효한 상태를 유지한다.
한편, AB1266에 따르면, 공립학교 킨더가든부터 12학년에 속한 트랜스젠더 학생은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성별의 화장실과 탈의실을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참여하고 싶은 남성 혹은 여성 스포츠 팀에서 활동할 수 있다.
문제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규정하는 범위로, 실제로 트랜스젠더가 되기 위한 외과적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다른 성별이라고 생각하거나 믿을 경우 트랜스젠더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이 법이 발효되면 외모는 물론 생물학적 성별도 남자인 학생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경우,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제지할 경우 성소수자 차별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남성이면서 여성이라 주장하는 학생이 여성 육상팀에 들어가 타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해도 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