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 수준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기로 했다. 8개월 연속 동결이다.
인상이든 인하든 금리를 변동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금리에 손 대기에는 애매한 상황"
금통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내린 이후 8개월째 동결 조치다.
시장에서도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설문조사에 응한 채권전문가 122명 중 99.2%가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이 발표됐지만 국내 경기회복이 기준금리에 손을 댈 만큼 성숙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리를 인상하려면 환율과 가계부채 문제도 걸린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빚을 진 가계의 부담이 만만이 않다.
정부의 경기 활성화 의지와 원화 강세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지만 이 역시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는 물가안정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원화가치 절상이 위협적이지만 이 문제는 통화정책보다는 거시건전성 규제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보지만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 통화정책을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낙관적으로 바뀌어서 어느 정도 (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면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며 "(반대로) 금리를 더 낮추면 경기 부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 수준도 전례 없이 낮은 수준이라 인하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평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재는 지난 일 '2014년 범(凡)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아직 어렵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동안 쏙 들어갔던 금리 인하론, 다시 대두
이번 금통위의 관전포인트는 금리를 동결하자는 금통위원들의 주장이 '만장일치'인지 여부다.
지난해 5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이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이 발표되면서 오히려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엿보이기도 했다.
인하론을 위한 빗장은 골드만삭스가 열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의 원화 절상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의외의 비둘기파(통화확장을 선호하는 성향)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절상 및 금리 상승, 증시 약세 등으로 인해 경기 회복 상태가 급격하게 긴축 쪽으로 바뀌고 있어 경기 회복 추진력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외압도 있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이달 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아무리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확고해도 정부와 국회 (그리고 한은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 있다"며 "미국과 일본은 제로금리 수준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기준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금리 인상 논의될 것…해 넘길 수도
인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해도 대다수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말 한 차례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 기조가 이어지면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비슷해 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때쯤이면 물가 수준도 안정 범위(2.5%~3.5%) 안으로 들어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현재로선 정책금리를 움직일 요인이 없다"며 "인플레 압력이 누적되는 올 하반기에나 금리 인상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윤여삼 연구원은 "금리 인상은 부동산 경기가 좌우할 것"이라며 "부동산이 경기가 살아나고 자금 수요가 늘면 금리 인상의 빌미가 될 수 있겠지만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점쳤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쓰고 있기 때문에 기준 금리 인상은 어렵다"며 "한은보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뒤로 많이 밀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