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이면 대한민국이 유엔에 공식 가입한 지 20년이 된다.

1991년 9월17일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으로 태동한 우리나라의 유엔 외교가 격동의 성장기를 거쳐 어느덧 '성년(成年)'을 맞이한 것이다.

특히 올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 성공에서 확인되듯이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한국이 위상과 역할이 크게 제고되고 한국과 유엔의 정서적 유대가 가일층 강화된 시점에서 맞는 20주년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지난 20년간 유엔을 무대로 펼쳐진 한국의 외교는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동서냉전으로 인해 정부 수립 43년만에, 그것도 북한과 함께 '지각 가입'한 한국이었으나 그 어느 회원국보다도 역동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재정적ㆍ물적ㆍ인적 기여를 확대하며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특히 가입 이후 5년을 주기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낸 기록이 국제사회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가입 5년 만인 1996년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에 진출한 데 이어 2001년에는 유엔 총회의장국을 수임했고, 2006년에는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으며 올해는 반 총장이 연임하는 데 성공했다. 이중 한국인 최초의 사무총장 배출은 우리 외교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유엔 내에서 한국의 확고한 위상과 활약상은 각종 통계지표로도 확인된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현재 유엔 본부와 관련 국제기구에서 국장급 이상의 고위급 간부가 모두 22명에 이를 정도로 한국의 '존재감'이 크다.

해방 이후 유엔의 도움을 받아야 생존이 가능했던 한국은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 순위 11위, 평화유지활동(PKO)예산 분담금 순위 10위에 이를 정도로 유엔 재정의 상당분을 떠안는 기여국가가 됐다. 특히 평화유지활동은 단순히 재정적 기여를 넘어 실질적 파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유엔 내 위상 제고와 재정적 기여확대는 한국이 한반도의 울타리를 넘어 범세계적 문제에까지 관심과 활동범위를 넓히며 '미들파워'(middle power)의 리더국가로 성장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의 대응능력과 역할을 키우는데에도 결정적 도움을 주고 있다. 당장 유엔 가입 전에는 '옵서버'에 머물렀던 한국이 이제는 회원국으로서 북한 도발행위에 대해 당당하게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의 논의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올라섰다.

미국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뉴욕=연합뉴스) 미국 안보리가 끝나 사실상 남북한 유엔가입이 확정된 뒤 노창희 대사가 북한 대표부 박길연 대사에게 축하한다며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있다. /본사자료/ 1991. 9. 17 <저작권자 ⓒ 2001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1983년 9월 소련 전투기의 대한항공기 공격으로 296명이 희생당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수 없었던 우리 정부가 지난해 천안함 사건 때 안보리 소집을 이끌어내 적극적인 외교전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 이 같은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성년기를 맞은 한국의 유엔 외교는 이제 눈부신 외형성장에 걸맞은 질적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국제 정치ㆍ안보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안보리에서 국력과 대(對) 유엔 기여에 걸맞은 영향력과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북핵 최대이슈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편드는 중국의 지속적 반대로 인해 안보리 정식 회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2013~2014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큰 대목이다.

안보리는 국제평화와 안전과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유일한 기관임과 동시에 인권과 기후변화에까지 논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책임'도 요구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중견국가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다지려면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 한 단계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지난달 12일 방한했을 당시 "글로벌 코리아의 기치를 더 높이려면 눈을 바깥으로 돌리고 우리가 가진 사랑과 재원을 전 세계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정신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2015년까지 3억 달러(GNI의 0.25%)까지 원조액을 증대하기로 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새로운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기치 아래 반 총장이 강조하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달성시한(2015년)에 맞춰 한국도 적극적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목소리다.

또 유엔 인사와 조직 운영에도 적극적 관심을 기울여 '유엔 개혁'에 기여하고 '글로벌 콤팩트'와 '아카데미 임팩트', 유엔협회세계연맹을 통해 유엔과 민간분야의 협력을 촉진하는 데 가일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다가오는 10년은 우리 외교가 그간의 양적 성장을 질적 도약으로 전환해 한국을 유엔의 실질적 중심국가로 자리매김시키는 '기회의 창'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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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가입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