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최종 승인했다.
교육부는 지난 3일 고교 한국사 교과서 7개 출판사가 제출한 수정·보완 대조표에 대해 수정심의회를 개최해 최종 승인하는 등 모두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수정·보완 작업이 완료됐다고 10일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통상적으로 교과서는 검정 이후 바로 학교별 채택과정을 거치고 수정·보완이 필요할 경우에는 사용 중에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며 "교과서 수정명령은 가급적 내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점 등을 감안해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기 전 수정·보완 과정을 거치게 됐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수정권고, 자체수정, 수정명령 등의 과정을 통해 사실과 다르게 기술되거나 편향된 서술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내용이 개선됐다"며 "완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에 최종 승인된 교과서들이 바람직한 한국사 교육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교과서는 검정 과정에서 모두 바로 잡혀야지, 검정을 거치고 그 뒤에 수정명령을 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검정시스템을 대폭 강화해 그럴 필요성이 없는 방향으로 검정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출판사별 수정 건수는 ▲금성 8건 ▲두산동아 5건 ▲미래엔 5건 ▲비상교육 4건 ▲지학사 4건 ▲천재교육 7건 ▲교학사 8건 ▲리베르스쿨 0건으로 출판사들은 교육부의 수정명령 41건을 모두 수용했다.
승인된 주요 수정 내용은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한 정확한 실상 설명(금성) ▲천안함 피격사건 주체 서술(두산동아)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국군의 양민학살사례 균형 서술(미래엔) ▲남북 대립 및 통일 논의 중단 원인에 대한 올바른 서술(비상교육) ▲일본의 독도 침탈 과정에 대한 정확한 서술(지학사)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구체적 서술(천재교육) ▲반민특위 해산 과정에 대한 정확한 서술(교학사) 등이다.
교학사는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용어라는 지적을 받은 '한일 합방'이라는 용어를 '한일 병합'으로 수정하는 등 모두 8건을 수정했다.
또 친일 행적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김성수의 광복 직전 동향을 미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제기 추진하는 일본식 성명 강요를 거부하고 일제가 제의하는 작위와 귀족원 의원직도 거절하였다'는 서술 대신 '그는 경영자로 활동하면서, 일제의 통치정책에도 상당 부분 협력하였다'로 바꿨다.
제주 4·3 사건의 경우 "제주 4·3 특별법의 목적과 취지를 반영하라"는 지적에 따라 '경찰은 습격으로 오인해 발포했다'를 '경찰이 발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로,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많은 양민의 희생도 있었다'를 '당시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의 많은 희생이 있었고, 많은 경찰과 우익 인사가 살해당하였다'로 수정했다.
친일파 청산의 과제 서술 부분은 이승만 정부의 반민특위 해산 조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술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승만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행정부만이 경찰권을 가질 수 있기에 특별 경찰대 해산을 명령했다고 기자회견했다'고 서술한 부분은 삭제하고 '사무실을 습격하여 특별 경찰을 무장 해제시키기도 하였다. 결국 반민 특위는 1949년 8월 말 해산되었다'로 변경했다.
금성,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등 6종 출판사도 모두 33건의 수정명령을 받아들였다.
금성출판사는 '박정희 정부 시기 외자 도입을 통한 경제 개발과 수출 주도형 성장 정책은 성과가 컸던 만큼 부작용도 많았다. 1997년 말 외환 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됐다'고 서술한 부분에 대해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교육부의 명령을 수용해 '1997년 말 외환 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됐다'를 삭제했다.
또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도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한 서술에서 "친일파 재산몰수를 위한 개혁'으로만 서술하고 농민이 분배받은 토지의 소유권에 제한이 있었음을 서술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보조단에 '무상분배: 농민에게 무상으로 분배된 토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매매, 소작, 저당이 금지되었다'고 수정했다.
앞서 지난 10월21일 교육부는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심의를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개 출판사에 모두 829건을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8개 출판사와 집필진은 지난달 1일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 사항을 반영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제출했고, 교육부는 이에 대한 수정심의 결과 지난달 29일 리베르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출판사에 모두 41건을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따라 7개 출판사는 교육부가 제시한 수정명령 사항을 반영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지난 3일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중 교학사는 집필진과 합의를 했지만 나머지 6개 출판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학사와 리베르를 제외한 6종 교과서 집필진은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해 학교 현장에 혼란이 예상된다.
서 장관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는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며 "기본적으로 이번에 수정명령을 내린 부분에 있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내용이기 때문에 수정·보완이 됐다고 해서 큰 문제를 야기할 만한 것은 아니라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교과서 채택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심의위원회 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 장관은 "한국사 교과서가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된 사안이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정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어 교과서 선정 과정이 끝나는 즉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교현장의 교과서 선정 주문에 차질이 없도록 18일로 예정된 '서책형 전시본' 공급에 앞서 10일부터 전시본을 웹사이트에 전시할 예정이다.
각 고등학교는 오는 30일까지 교과서 선정·주문을 완료해야 하며 내년 2월에 학교 현장에 한국사 교과서가 공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