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양국의 무역액과 투자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경제 및 통상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양국 장관급이 참여하는 '경제통상공동위원회(JETCO)'도 신설키로 했다.
영국이 금융분야에 강점을 지닌 만큼 '민관합동 금융협력위원회' 설치와 금융당국 간 고위급 회담 정례화 등을 통해 금융감독당국 간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런던 총리관저에서 캐머런 총리와 정상회담과 오찬을 갖고 양국이 지역 차원을 넘어 글로벌 이슈로 협력을 넓혀나가는 포괄적·창조 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음을 평가하고 양국 간 협력 확대·강화의 비전과 의지를 담은 한·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주로 ▲양자관계 강화 ▲경제분야 협력 ▲북한 비핵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지지 ▲글로벌 이슈 협력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양 정상은 우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간 교역·투자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양국 간 무역액과 투자규모를 202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시키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양국 간 교역액과 투자규모는 각각 112억6000만달러, 228억1000만달러로 이를 2020년까지 각각 200억달러, 450억달러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틀도 마련키로 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산업부 간 장관급 경제통상공동위원회를 설립키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한편 민간 글로벌CEO포럼도 신설하고 양국이 1년6개월마다 교대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 교역·투자규모 확대를 위해 인프라 투자 등 구체적인 협력사업도 실현시켜나가기로 하고 산업부·영국 기후변화에너지부 간 원전협력 MOU를 체결했다.
금융분야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 간 MOU 체결을 통해 양국 금융기관 간 상호 및 제3국 공동진출 등을 촉진하기 위한 한·영 민관합동 금융협력위원회를 설치하고 고위급 회담 정례화, 금융소비자보호 등 관심분야 합동연구 등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영국 진출 희망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외환은행·중소기업중앙회·영국 무역투자청 간 MOU, 양국 업체의 제3국 수출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수출입은행·영국 수출신용기관(UKEF) 간 MOU, 수은·유럽부흥개발은행 협조융자 보충협약 등도 체결했다.
양 정상은 또 양국이 창조경제 실현과 동반성장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임에 공감하면서 창조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에너지 연구개발 및 원전건설·해체 관련 협력, 문화·창조산업 협력을 위한 양국 문화부 간 MOU를 비롯해 양국 정부 및 연구기관, 대학 등의 기초과학·에너지기술·정보통신기술(ICT)·문화산업 등의 분야에서 여러 양해각서가 체결된 것을 환영했다.
양 정상은 북한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9·19 공동성명 등에 포함된 국제 의무와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북한의 인권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인권 개선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양 정상은 또 '한·영 기후변화 공동성명'을 채택을 통해 배출권거래제 탄소포집 및 저장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캐머런 총리와 환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영 두 나라는 투자라든가 경제협력이라든가 그런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글로벌 이슈까지 같이 협력해나가기로 했다"며 "투자 등 구체적 협력사업을 실현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한·영 기후변화 공동성명 채택을 아주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후변화나 사이버안보에서도 양국은 앞으로 많이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머런 총리는 "양국의 교역은 급격히 증가해왔고 외교·정치면에서도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창조산업과 문화, 그리고 한국에서 열리게 될 큰 스포츠행사 등에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관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관저 주변에는 우리나라와 영국 외에도 중국, 일본 등의 취재진들이 취재에 나섰다. 또 박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영국의 고급차인 벤틀리를 타고 관저 앞에 도착한 뒤 캐머런 총리에게 우산을 씌워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