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AP/뉴시스】4일 이란에서는 미국 대사관 점거 34주년을 맞아 수년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1979년 미국이 팔레비 전 국왕의 망명을 허용하자 대학생들을 주축으로한 시위대가 그해 11월4일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직원들을 444일간 붙들어 인질극을 벌인 것을 기념해 해마다 이란에서는 반미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특히 큰 것이다.
여기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미국에 유화책을 쓰고 있는 데 대한 보수진영의 경계심이 깔려있다.
이날도 관례적으로 전 미대사관이 있던 지역에 운집한 수만 명의 시위대는 "미국에게 죽음을" 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올해의 이 대규모 시위는 로하니에게 핵개발과 관련해 서방측과 교착상태에 빠진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양보할 수 없도록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
지난 6월의 대선에서 로하니에게 패한 강경 보수파 사이드 잘릴리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세계적인 오만과 적대적인 정책과 싸우는 것은 우리 민족단합의 상징이다"고 역설했다.
이날 시위대들이 잘릴리를 주 연사로 선택한 것은 이란 내부의 간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로하니의 대미 접근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 온 인물이자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수석 고문이기도 하다.
그 하메네이는 로하니의 유화책에 비판적 지지를 보내고 있어 상황은 복잡하다.
이란의 절대적 권력자인 하메네이는 서방에 대한 과격파와 온건파의 사이에서 체질에 맞지 않는 '외교'수단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다.
그는 로하니의 서방 접근책으로 이란의 고립과 서방측에 의한 경제제재가 해소되기를 바라는 한편으로 로하니의 유화책을 비난하는 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하메네이가 최근 미국은 믿을 수 없으나 이란은 회담과 교섭을 추구할만큼 강력하다고 말한 것은 그 간극을 메우려는 절충적인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금주에 제네바에서 열릴 핵관련 회담은 이란의 내부의 정치 풍향계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