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아버지는 북한 수용소에서 고문을 받아 사망했다. 언니는 지난 1990년대 대기근 때 식량을 구하러 중국에 갔다 인신매매를 당했다. 할머니와 어린 남동생 두 명은 모두 굶어죽었으며 유아이던 한 명은 분유가 없어 내 팔에 안겨 목숨을 거뒀다."

재미 탈북 여성 조진혜는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유엔 북한 인권 청문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증언했다. 이번 청문회는 북한에 반인도 범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조사하는 전세계적 노력 가운데 가장 최신에 열린 것이다.

호주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 이끄는 유엔 위원회는 지금까지 수집된 정보만으로도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유린이 이뤄졌음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의 독재 정권은 인권 유린과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부인하면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에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열린 청문회에는 조진혜 등 두 명의 탈북자가 증언에 나섰다. 커비 위원장 등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미 한국과 일본, 영국 등에서 청문회를 개최, 수십 명으로부터 증언을 청취했으며 내년 3월 최종 보고서를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청문회는 31일에도 이어져 8만∼12만 명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북한 내 식량 부족 상황에 대한 증언을 청취할 예정이다.

26살의 조진혜는 2008년부터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을 위한 자선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북한의 대기근이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북한의 어린이들이 굶어죽고 있는데도 정부 관리들은 BMW 자동차를 운전하며 고급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북한에 기근이 한창이던 지난 1996년 아버지가 식량을 구하러 중국으로 가다 체포돼 고문받은 뒤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가 탈출하려다 사살됐다고 주장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송환되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지금까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국제 사회가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지금은 불확실하다.

커비 위원장은 29일 유엔 총회에서 위원회가 내년 3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가 북한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리더라도 북한이 국제형사재판소(ICJ)에 회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 필요한데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눈물을 훔치는 탈북자 조진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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