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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동 평화협상, 시리아 분쟁, 이란 핵협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을 순방했지만 미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사찰에 대한 비난으로 곤경에 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NSA가 동맹국 정상들의 이메일과 전화 통화 기록을 훔쳐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프랑스, 독일의 지도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국무장관은 NSA의 스파이 활동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오히려 궁지에 몰렸다. 미국 수도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는 26일(현지시간) 시위자들이 미 의회가 NSA의 사찰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전 프랑스 외무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규모에 대해 놀랐다"며 "솔직히 말해서 우리 정부도 도청을 한다. 다시 말해 서로가 서로를 도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과 같은 정밀한 도청 장비를 보유하지 못한 것이 질투심을 유발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레바논 주재 영국 대사인 톰 플레처는 이번주 자신의 트위터에 "6개국 또는 그 이상이 내 휴대폰을 도청한다고 생각한다"며 "외교관이 전화로 민감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라고 전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우든의 NSA 감시 프로그램 폭로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올브라이트는 진보 성향의 비영리단체 미국진보센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스노우든의 폭로로 케리 국무장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교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며 미국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미국으로서는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국제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또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미국과 FTA 협상을 하는 데 그들이 우리가 우선적으로 다루고 싶은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상호 간에 신뢰가 생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미 정보기관이 국가 간 은행계좌 거래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사실이 폭로된 데 대해 유럽연합이 미국과 은행계좌 정보 공유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긴급 채택했다.

NSA가 자신의 휴대폰 통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동맹과 파트너 사이에는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며 "이 같은 신뢰는 이제 새롭게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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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청파문 #외교정책차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