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교회가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 발전하기 위해 현지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목회 방향과 실천 과제를 모색하는 행사가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23~29일까지 서울 중곡 우리들교회 등에서 진행 중인 제2회 아시안 패스토럴 포럼(A.P 포럼, Asian Pastoral Forum)이 그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이 포럼에는 인도네시아, 대만, 미얀마, 호주, 중국 등 5개국 47명의 현지인 목회자를 비롯해 국내 목회자, 신학교수, 선교사 등이 함께 참여했다.
특별히 선교적 목회철학을 실천해 온 우리들교회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선교연구원과 함께 A.P 포럼을 준비하여 아시아교회 목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목회적 필요를 채워주는 또 다른 선교적 교회의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은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 법'을 주제로 하여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이론강의와 함께 한국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농촌교회와 도시교회, 작은교회와 큰 교회 등 다양한 선교적 교회 모델을 소개하고 탐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신대 한국일 선교학 교수는 첫날 '선교적 교회론-지역교회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기독교 사회를 형성했기 때문에 해외 현장만을 선교현장으로 이해한 서구교회의 선교 관점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며 "다종교 사회인 아시아에서는 국내현장, 곧 지역사회를 선교현장으로 이해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함께 하는 선교적 교회'가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천 협성대 선교학 교수는 '한국적 상황에서의 선교적 교회'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선교적 교회는 교회중심적 복음주의 진영과 세상중심적 에큐메니칼 진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통전적 선교를 지향한다"며 "소위 건강한 교회론, 교회성장론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교인들의 전이성장보다 회심성장에 초점을 맞춰 사회변혁과 일상생활 속 선교적 실천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선교적 교회론을 실천하려는 교회로 온누리교회, 분당우리교회 등을 꼽았다.
이날 질의응답시간에 한 인도네시아인 목사는 "아시아교회가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하고 "하지만 인도네시아 교회들은 재정적으로 너무 어려워 교회 유지에만 급급하고, 해외 현장이나 국내 미전도종족을 위해 선교사를 파송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 선교사를 보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일 교수는 "아시아교회의 일차적 과제는 생명력 있는 지역교회가 되는 것"이라며 "지역사회 선교와 해외 선교의 순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교회가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선교적 교회로 활동하는 것이 전제되고, 자연스럽게 해외 선교로도 이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작은교회라도 여러 교회가 힘을 모으면 선교사를 얼마든지 파송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지원체계가 오히려 선교사에게 더 안정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외에도 25일 '영등포노회 선교모델'(이명석 가나 선교사), '벧엘성막교회교단의 리더들(디모데 양가위자나 인도네시아 벧엘성막교회교단 목사), '이야기식 설교'(장대영 박사)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한편 참석자들은 24일 농촌지역에서의 통전적 지역선교를 펼치는 송악교회(이종명 목사), 도시에서 새신자 정착과 교회학교 교육을 활발히 진행해 온 수원성교회(안광수 목사)를 방문했고 26일에는 전 세대를 위한 지역프로그램을 운영한 서부제일교회(김한원 목사), 29일에는 선교적 교회를 만드는 목회 리더십의 본을 보이는 예향교회(백성훈 목사)를 탐방하며 선교적 교회 모델을 눈으로 확인한다. 또 28일에는 오산리기도원, 강남금식기도원을 방문해 한국교회의 기도의 영성을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음은 우리들교회 김기제 담임목사의 일문일답.
- 아시안 패스토럴 포럼의 특징은 무엇인가.
국내에 학술적이고 신학적인 포럼들은 많으나 목회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는 목회적 포럼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학술적, 신학적 목회 이론은 이미 서구에서 많이 발달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선교 현장을 지키기 위한 실천적인 과제들을 다룰 필요가 있다. 장신대 세계선교연구원과 협력한 이번 행사에서는 아시아의 각 교회들이 실행해 나갈 실천적 내용에 중점을 두었다. 현지 교단과 네트워크를 통해 작년 첫 포럼에는 아시아 8개국, 올해는 아시아 5개국 목회자를 초청했다.
- 실천적 과제를 다룬다고 했는데 작년 포럼 이후 진전이 있었나.
작년에는 '교회 교육'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아직까지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교회학교, 주일학교 등을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포럼에 참석한 아시아교회들에서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을 위한 교회학교, 주일학교 등의 교회교육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이번 포럼의 주제가 선교적 교회이다. 우리들교회도 선교적 목회 철학을 지향한다고 들었다.
우리들교회는 해외선교뿐 아니라 지역전도에도 힘쓰고 있다. 해외에서는 주로 아시아를 타깃으로 선교하고 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선교활동으로는 안 해본 일이 없다.
나는 한국선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선교 1세대가 교회건축과 선교사 파송에 집중했다면 선교 2세대는 기존에 세워진 선교지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현지인 목회자들을 가르쳐 이들이 목회를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선교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교회가 적극 나서서 참여해야 한다. 아직도 교회가 선교지에 파송한 선교사들에게 선교를 의존하는 모습은 바뀌어야 한다.
- 선교적 교회는 어떻게 세우는가.
선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선교이고, 이를 추구하며 지역사회에서 리더십을 갖고 이웃과 복음적 관계를 갖는 교회가 선교적 교회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의 농촌교회, 도시교회, 작은교회, 큰교회 등 다양한 선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목회적 시도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이슬람 지역의 한 아시아교회는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교재를 출판하며 선교적 교회를 실현해나가고 있었다. 어떤 선교적 교회를 만드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교회의 형편과 선교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참석자들은 여러 교회 사례들을 벤치마킹 하면서 각자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선교적 교회를 세울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