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에서 선택진료를 받은 환자 10명 중 4명 정도는 어쩔 수 없이 선택진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택진료비는 상급병실료, 간병비와 더불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환자 자신이 전액 지불해야 한다.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윤석준 고려대 교수팀이 2012년 10~12월 병원 진료경험이 있는 환자·보호자 5천343명을 대상으로 선택진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57.7%는 선택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11.6%는 자신이 선택진료를 받았는지 여부를 알지 못했다.
요양기관별로는 대학병원 이용환자의 76.6%는 선택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의 83.1%는 선택진료를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으로 반드시 거쳐야 했다.
질환종류별로는 이른바 4대 중증질환(암, 희귀난치, 심장, 뇌혈관) 환자의 80%가 선택진료를 받는 등 중증질환자일수록 선택진료 이용비율이 높았다.
이에비해 선택진료와 본인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36.6%만 안내를 받았을 뿐이었다. 더구나 선택진료 환자 59.1%는 담당의를 자발적으로 선택했지만, 40.9%는 비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선택진료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도 선택진료를 받은 환자의 52.2%만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진료를 받은 환자의 만족도(50.7%)와 별 차이가 없었다.
선택진료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반의사와 선택진료 의사 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31.9%)을 들었으며, 선택진료 환자의 72.1%는 자신이 얼마의 선택진료비를 냈는지 알지 못했다.
이에 따라 51.9%는 선택진료 의사보다 경력은 짧지만, 진료비가 적게 드는 일반의사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일반의사를 선택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선택진료제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유일한 제도다.
선택진료제는 1963년으로 당시 일반 병원보다 급여가 적은 국공립대학병원 의사들의 수입을 보전해주려고 '특진제'를 만들어 시작됐다. 이후 1991년 '지정진료제'로 명칭이 바뀌고, 의약분업이 시행된 2000년 8월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이 만들어져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진찰뿐 아니라 입원, 검사, 마취, 방사선치료, 정신 요법, 처치수술, 한방의 부황이나 침 등 총 8가지 항목에서 선택진료 의사에게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 환자가 선택진료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예를들어 같은 입원실을 사용해도 일반의 선택 환자보다 입원비가 더 비싸지는 것이다.
또 그 비용도 각각의 의료행위에 정해진 비용의 최하 20~100% 가산해서 내도록 했다. 이를테면, 어느 수술에서 마취비용이 10만원이라면 선택진료비 10만원을 합산해 환자는 총 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병원에는 대부분이 선택진료의들로 채워져 있다. 병원장이 재직 의사 중에서 80% 범위에서 선택진료 의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의는 대부분 선택진료 의사인 까닭에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여지는 별로 없는 셈이다.
환자들이 내는 선택진료비 규모는 2012년 기준 1조3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총 진료수입의 6.5%, 전체 비급여 수입의 23.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선택진료 수입은 병원의 경상운영비와 의사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쓰이고 있다.
정부는 환자의 선택이 아닌 선택진료로 말미암은 과도한 환자 부담을 덜어주고자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보험급여화를 통해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거나 환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부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