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유엔 진상조사 보고서가 오히려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유엔 조사단이 시리아에서 지난달 21일 독가스 학살이 자행된 사실은 확인했지만, 가해자의 정체는 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16일(현지시간) 통보된 이 보고서는 독가스 학살이 일어난 증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면서도 공격의 장본인에 대해서는 지목은커녕 분석·추정조차 안 했다. 조사의 목적에 가해자 규명은 끼어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프랑스·영국 등 서방 3개국은 보고서의 세부 내용으로도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유엔에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 등 서방 3국은 알아사드 정권의 잔학성이 입증된 만큼 제재안에 군사개입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강경한 벌칙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의 반응이 '현실왜곡'이라고 주장하면서 강경대응을 일축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이처럼 분열을 겪는 유엔이 당장 오늘 20일 첫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화학무기 해체의 1단계로 시리아가 국제 협약기구에 1주 내로 보유 병기 명단을 내는 기한이 바로 20일이기 때문이다.
알아사드 정권이 명단을 부실하게 내거나 아예 제출을 거부하면 유엔 안보리는 당장 제재 방침을 논의해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半)관영언론인 신화통신은 17일자 기사에서 "본문 5쪽짜리 이번 유엔 보고서가 엄청난 양의 논쟁을 일으켰다. (과거 냉전을 연상케 하는) 동서 간의 분열이 일어났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