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

알베르토 망겔, 자니 과달루피 지음 | 최애리 옮김 | 궁리 | 9월 4일 출간 | 1256쪽 | 65000원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

가령, 헤로도토스와 플리니우스, 중세의 익명 저자, 마르코 폴로와 존 맨더빌, 루이스 캐럴과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모두 언급한 나라(아리마스피아)라면, C. S. 루이스가 묘사하고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도 방문한 적이 있는 곳(세상들 사이의 숲)이라면, 정말로 있음직하지 않은가? (이 사전에서 이런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 역자 후기 중에서

구글 어스 덕분에 이제 우리는 지구의 구석구석을 컴퓨터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숲과 골짜기는 물론 개인들의 집과 뒷마당까지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렇지만 우리의 '세계'는 과연 넓어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세계는 요지부동으로 고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의 원칙이 견고해질수록 우리의 생각의 폭 역시 제한되고 좁아지고 있다.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의 지은이 알베르토 망구엘과 자니 과달루피는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하며, 우리 삶에 영감을 주고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는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를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규격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의 세계에도 상상에서라면 도시나 섬, 왕국이 하나쯤 더 들어설 장소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독서가 알베르토 망겔과 이탈리아 최고의 여행작가 자니 과달루피가 주목한 것은 인류 역사 전체에 걸쳐, 무수한 작가들이 창조해온 매혹과 공포와 기쁨의 놀랍도록 다양한 상상의 장소들이다. 이들은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뿐 아니라 영화, 음악, 오페라 등 500여 작가들의 760여 개 작품 속에 존재하는 흥미로운 상상의 세계 구석구석을 소개해준다. 아틀란티스에서 드라큘라의 성, 톨킨의 미틀어스에서 바스커빌 저택, 마법의 나라 오즈에서 나니아, 유토피아, 하루키의 세계의 끝,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등 총 1300여 곳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이러한 상상의 장소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상호참조가 가능하기까지 하다.

특히 이들의 이야기해주는 상상의 세계는 문학 작품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 나오는 떠돌이 바위들로부터 마이클 크라이튼의 영화 <쥐라기 공원>은 물론 존 레논의 앨범 <마인드 게임>에 나오는 누토피아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독자들은 비틀즈의 <노란 잠수함>에 나오는 페퍼랜드가 어떤 나라인지도 알 수 있다.

또한 작가들의 설명은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은 흥미로운 상상의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펴낸 이 책에는 상상 세계의 지리상 위치부터 지형, 생태, 역사, 사회, 제도, 풍습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이들은 '방문객은 이러한 것을 하는 게 좋다"는 실제적인(?) 조언까지 곁들이고 있어 마치 이 상상의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레엄 그린필드와 제임스 쿡, 켄 너트가 그린 220여 개의 지도와 삽화는 다채로운 시각적 즐거움까지 선사하며, 실제로 그런 곳이 있어서 가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1980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10여 년을 거치며 수차례 교정되고 살이 덧붙여져 왔다. 그사이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리지 않은 수많은 장소들을 직접 안내해주며 상상 장소들이 다시금 새롭게 모였고 1999년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항목들도 있다. 1999년 개정증보판을 번역대본으로 사용한 이번 한국어판에서도 해리 포터와 다이애나 윈 존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발터 뫼르스의 회오리바람 도시 등 80여 개 상상의 장소들이 원저자의 동의 아래 추가되었다. 저자들은 이 상상 세계의 지리지는 이미 전에도 있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완결될 수 없는 책이며, 어떤 독자라도 공저자의 특권을 누릴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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