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산불이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마을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산불이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마을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뉴시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으며, 진화 인력의 피로와 장비 부족으로 인해 대응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생한 의성 산불은 주말을 지나며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4개 시군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청송 지역에서는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의성군 등운산에 위치한 천년고찰 고운사도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인명과 문화재 피해가 확인되면서 상황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당국은 헬기와 인력을 총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강풍과 고온, 건조한 기후가 겹친 악조건 속에서 화세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초속 10~20m에 달하는 강풍은 불씨를 순식간에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키며 민가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의성 지역의 산불 진화율은 24일 오전 65%에서 이후 54%로 하락하였고, 산청과 울산 울주군의 산불 역시 진화율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27일에는 전국에 비 소식이 예보되어 있으나, 영남권에 내리는 비의 예상 강수량은 5~10mm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량의 강수로는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는 "비가 불길 확산을 다소 늦출 수는 있지만, 산불을 완전히 잡기엔 부족한 수준이다"라며, 현재의 자원과 인력만으로는 진화가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하였다.

진화 자원의 한계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산림청이 보유한 총 50대의 헬기 중 주요 진화 기종인 KA-32는 29대이지만, 이 가운데 8대는 부품 수급 문제로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소방청, 군, 지자체도 헬기를 동원하고 있으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용재 경민대 교수는 "산불 진화는 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관련 기관들이 보유한 헬기 수량 자체가 부족하다"라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였다.

계속된 진화 작업으로 인해 인력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수일째 투입된 대원들은 이미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고 있으며, 효율적인 인력 운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황정석 산불방지대책연구소장은 "산불이 3일차에 접어들면 현장 인력의 피로가 극심해진다. 지금은 접근 자체가 어려울 만큼 화염이 거세졌다"라며, 오히려 민가 방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주말 강풍이 다시 예보되어 있어 불길이 더 확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2년 울진 산불 사례에서도 9일간 이어진 불길을 잡는 데 봄비가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만한 강수량이 예보되어 있지 않다.

황 소장은 "산불을 완전히 잡으려면 최소 50~100mm 이상의 강수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예보로는 기대하기 어렵고, 29일부터는 다시 강풍이 시작돼 우려가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교수도 "야간에는 진화가 어렵고, 주간에는 헬기를 통한 반복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진 산세가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라며 산불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구조적 대응체계와 자원 운용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상 악조건과 헬기·인력 부족, 그리고 지형적 불리함이 겹친 복합적 위기 상황 속에서,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산불 대응 전략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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