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3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주요 미 정치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후 4년 동안 210억 달러(약 30조8,175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이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를 공식화한 첫 사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대차를 "훌륭한 회사"라고 칭하며 투자에 강한 만족감을 드러냈고, 필요 시 인허가 문제 해결에도 직접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철강부터 전기차까지 미국 공급망 강화
정 회장은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원내대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 내 철강, 부품, 자동차에 이르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에 수십억 달러를 들여 전기로 기반 제철소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약 1,400개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에서 자동차 부문에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부문에 61억 달러, 미래산업 및 에너지 부문에 63억 달러를 배정했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은 연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되며, 앨라배마 등 기존 공장도 현대화와 효율화 작업을 거쳐 미국 내 연간 12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연간 270만 톤 생산 규모로, 저탄소 자동차용 강판에 특화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공급망을 현지화하고, 관세 등 외부 변수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부품 현지화율 제고를 위해 HMGMA 설비를 확충하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 부품도 현지 조달로 전환해나갈 방침이다.
◈에너지와 첨단기술 분야까지 투자 확대
현대건설은 에너지 부문에서 미국 미시간주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착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첨단기술 분야로 투자를 확장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번 주 조지아주에서 8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개장하게 되어 자랑스럽다"며, "8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이 투자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 서울에서 만났을 때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에너지 산업 지원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할 계획도 밝혔다.
정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현대차의 첨단 제조 시설 방문을 공식 초청하며, 미국 노동자와 시장에 대한 그룹의 헌신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투자 환영… 추가 관세 방침도 밝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정 회장과 수차례 악수를 나누며 현대차에 대해 거듭 칭찬했다. 그는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며, "이 투자는 미국 내 제조의 이점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하는 인허가를 받는 데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라. 내가 돕겠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자동차와 목재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새로운 관세 도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며칠 내로 자동차, 목재 등을 포함한 일부 품목에 추가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는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만나 인연을 쌓은 바 있으며, 정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의 골프장에서 트럼프 주니어 일가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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