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3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데 대해 여야가 즉각 상반된 반응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정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상 의무를 고의로 어긴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권 위원장은 “한 총리 탄핵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헌재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탄핵심판도 긍정적으로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관들이 각자의 법리 해석에 따라 판결문을 작성하고 있는 만큼, 평의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올바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조한창 재판관이 각하, 정계선 재판관이 인용 의견을 낸 점에 주목하며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 우리가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해왔는데, 이번 판결이 그 문제제기의 타당성을 일부 확인시켜줬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린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마은혁 후보자 임명에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권 위원장은 “마 후보자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지명한 인사로, 추천서에도 우리 당 명의는 없다”며 임명 반대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문에서도 헌법기관 구성권 침해는 인정했지만, 임명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의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본 데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권 원내대표는 “헌재가 다수당에 무제한 탄핵권을 부여한 셈”이라며 “앞으로 대통령이 직무정지될 경우 권한대행과 그 대행의 대행까지도 무분별하게 탄핵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헌법기관 구성을 고의로 거부한 명백한 위헌 행위가 탄핵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을 국민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동의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경범죄를 저질러도 국민은 벌금을 내고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상 의무를 의도적으로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이중잣대 아니냐”고 반문하며, 해당 판단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문제는 결국 국민이 직접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00일이 넘었고, 이미 심리는 종결됐지만 아직 선고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며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단순한 사건임에도 이례적으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재 결정이 늦어지면서 갈등과 불안이 커지고 있고, 심리적 내전을 넘어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속한 선고만이 혼란을 끝내고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되면서 직접적인 법적 효력은 종료됐지만, 여야는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싼 공방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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