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위협 등으로 경호가 강화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킷 내부에 방탄복을 착용한 채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암살 위협 등으로 경호가 강화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킷 내부에 방탄복을 착용한 채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로 국민 누구든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으니 몸조심하라"고 발언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 대표의 강경한 발언을 두고 여당은 "이성을 잃은 망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자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측은 19일 "해당 발언은 사전에 준비된 것이 아니며, 최상목 대행의 국헌문란 행위를 강력하게 경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날 광화문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대행을 겨냥해 "국회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이를 임명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확인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 대행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헌법 위에 최상목 대행이 있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국가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책임이지만, 대통령이 이를 파괴하면 누구든지 즉시 체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최 대행의 행위는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니라, 헌법상의 중요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중대한 직무유기 현행범"이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최 대행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여권 반발... "무법천지 선동"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조폭들에게 테러를 선동하는 것이냐"며 "그 논리대로라면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 이 대표도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뜻 아니냐"고 맞받았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역시 "'몸조심하라'는 표현은 깡패들이나 쓰는 말"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재명 대표야말로 국헌문란을 주도한 내란범"이라며 "부산 떨지 말고 감옥에 가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진화 나섰지만 당내 우려도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위헌 판정을 내렸음에도 최 대행이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 대표의 발언은 최 대행에게 헌법 수호 의지를 보이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상황에서도 최 대행이 헌법을 어기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말까지 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일부 중도 성향 의원들은 "여당의 공격 빌미를 제공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 대표가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하면 중도층 민심이 이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경에 대한 해석... "조급함 반영된 것"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강경 발언이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지연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나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26일 예정되어 있으며, 1심에서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고 탄핵 심판 선고 일정도 잡히지 않으면서 이 대표의 조급함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향후 민주당의 강경 투쟁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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