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4일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이 적발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고위직 자녀 및 친인척 채용 비리는 지연(地緣)과 근무연(함께 근무한 인연)을 이용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연고지를 기반으로 형성된 인맥을 통해 자녀 및 친인척 채용을 청탁하거나 지시했고, 이에 후배 공무원들이 호응하는 형태였다. 이에 따라 조직 내부에서는 파일 조작과 문서 파쇄를 통해 외부 감시를 피하려 했으며, 일부 직원들은 이를 매뉴얼처럼 공유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감사 착수 이후 직원들이 문제가 될 파일을 수정하면서 서로 ‘너도 공범’이라며 공조 의식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고향인 광주에서 선관위 공무원 경력을 시작해 중앙선관위의 장관급 직위인 사무총장에 올랐다. 박 전 총장이 사무차장이던 2022년 1월, 전남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고, 박 전 총장의 딸이 지원했다. 전남선관위는 면접 위원들에게 점수란이 비워진 채점표를 제공했으며, 특정 인물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점수를 조작했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도 유사한 방식으로 아들을 선관위에 채용했다. 그는 인천 강화군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후 인천선관위 관리과장을 거쳤다. 2019년 10월, 중앙선관위는 인천선관위에 인력 충원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김 전 총장의 아들은 강화군선관위에 채용됐고, 5년간 타 지역으로 이동이 금지된 채용 조건이 1년도 지나지 않아 해제돼 인천선관위로 전출될 수 있었다.
충청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송봉섭 전 사무차장은 충남 태안 출신으로, 충청 지역 선관위에서 근무하다 중앙선관위 고위직에 올랐다. 2018년, 충북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자 송 전 차장은 직접 연락해 충남 보령시청에서 근무하는 딸을 추천했다. 이에 충북선관위는 송 전 차장의 딸 한 명만을 대상으로 한 ‘비(非)다수인 경쟁 채용’을 진행해 합격시켰다.
서울선관위에서는 신모 전 서울선관위 상임위원의 아들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경남선관위 역시 김모 부이사관(3급)의 딸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
경기선관위에서도 2022년 과천시선관위 사무과장으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A씨의 사위가 경기선관위 채용에 지원하자, 자격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채용이 진행됐다. 또한, 중앙선관위 과장 B씨의 조카는 전남선관위에 채용되었는데, 이는 B씨가 과거 광주 동구 선관위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구축한 인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선관위와 경북선관위에서도 선관위 고위직 자녀의 채용 과정에서 유사한 비리가 발생했다.
이러한 부정 채용 사례는 언론 보도 이전에 중앙선관위 내부에서 이미 여러 차례 고발되었으나, 중앙선관위 인사 담당자들은 이를 묵살했다. 특히, 상급자나 지역 선관위의 간부들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23년 6월 선관위 인사 비리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고, 대부분의 자녀 채용 과정에서 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당시 선관위 최고위직들은 "문의 전화는 했지만, 청탁을 한 것은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직원들 역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감사원이 2023년 4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지역 선관위 직원들이 감사원에 고위직들의 부정 청탁 및 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기 시작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을 위기에 처하자, 선배들의 부정행위를 증언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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