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가 오는 20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3명의 증인을 신문하기 위한 탄핵심판 재판 일정을 추가로 지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신청한 6명의 증인 중 3명이 채택되면서 탄핵심판 심리가 더욱 심층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헌재는 14일 오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헌법재판관 평의에서 한 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오는 20일 오후 2시부터 10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국정 운영 2인자로서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진행 상황과 국회의 잇따른 탄핵안 발의, 감액 예산안 통과 등 계엄령 발동의 불가피성을 설명할 주요 증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앞서 한 차례 증인 신청이 기각됐으나 이번에 다시 채택됐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이미 한 차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내용과 최근 법정 진술 간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재차 신문이 필요하다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이 공통으로 요청한 핵심 증인이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봉쇄 및 정치인 체포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로 평가된다. 앞서 건강 문제를 이유로 두 차례 불출석했으나, 이번에는 직접 출석해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이 지난 10일 추가로 신청한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1부속실장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박경선 전 서울동부구치소장은 모두 기각됐다. 헌재는 이미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었으며, 추가 증인 채택이 심리 지연의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헌재는 18일 오후 2시 9차 변론기일을 추가로 지정한 바 있다. 문 권한대행은 이번 변론에서 국회와 윤 대통령 측 양측에 각각 2시간씩 서증 요지 및 동영상 진술을 포함한 입장 정리 기회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최근 여권과 윤 대통령 측에서 헌재의 심리 속도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헌재가 이번 추가 변론기일 지정을 통해 공정성을 강조하려는 포석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측은 13일 열린 8차 변론에서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자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단이 보였던 대응 방식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단은 헌재의 일정 조율 문제를 이유로 '중대 결심'을 거론하며 심리 지연을 시도한 바 있다. 특히, 변론 막바지에 추가 증인 신청을 연이어 제출하며 변론기일 연장을 요구했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 측이 증인 신청을 계속해서 추가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유사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헌재가 추가 증인을 채택하고 10차 변론기일을 지정한 만큼, 이르면 3월 초중순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불임명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과 국회 간 권한쟁의 심판이 탄핵심판 선고 시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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