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문(친문재인)계의 대표적 인사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나 '당내 통합'을 강조하며 비명(비이재명)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러나 3년 전 대선 패배와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롯된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김 전 지사와 회동을 갖고 당내 통합을 강조했다. 최근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김 전 지사를 시작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문계 주요 인사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김 전 지사와의 회동에서 “헌정수호 세력과 내란 극복을 위해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이 더 크고 넓은 길을 가야 한다. 지사님 지적이 완벽히 옳다”고 말했다. 이어 “힘을 모을 수 있는 모든 범위 내에서 최대한 모으자”며 “대한민국이 다시 우뚝 서는 길에 김 지사님과 함께 손잡고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세력과도 손을 잡고 첫 번째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승리를 만들어 내는 통 큰 통합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며 “극단과 배제의 문화는 배격하고, 팬덤 정치 폐해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친명계는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당내 통합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하며 계파 갈등이 잦아들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김 전 지사의 복당을 받아들이는 데 이어, 당대표 특보단 외교안보보좌관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임명하고, 비명계 경제 전문가 홍성국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기용하는 등 통합을 위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비명계는 지난 4·10 총선에서 비명계 인사들이 탈락한 것에 대한 사과와 실질적 포용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원외 인사는 “김 전 지사도 대선 이후 당에서 멀어진 인사들에 대한 사과와 포용을 요구했다”며 “이 대표가 단순한 통합 메시지만으로 갈등을 봉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대표와 김 전 지사의 회동에 대해 “이 대표가 그동안 지은 죄가 많다”며 “총선 과정에서 얼마나 모질었나. 김 전 지사가 사과하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누구를 만나든, 어떤 정책을 발표하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이 계파 갈등을 다시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오는 26일 최종 변론을 진행하고 결심할 예정이며, 이를 감안하면 다음 달 중으로 2심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당내 권력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친명계는 이 대표 중심의 당 운영을 강조하며 결속을 다지는 반면, 비명계는 당내 개혁과 새로운 리더십 필요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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