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과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국가적 지원을 업고 기술력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와 트럼프발 관세 위협 속에서 경쟁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며, 1980년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몰락했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한국의 빈자리를 빠르게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5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5%까지 확대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기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가 주도해 온 D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CXMT는 중국 정부가 D램 자립을 목표로 2016년 민간 기업들과 함께 설립한 회사로, 지속적인 설비 증설을 통해 기술 격차를 줄여왔다. 특히 지난해 3분기부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2019년 양산한 10나노 3세대급(1z) D램을 생산하며 기술 격차를 더욱 좁히고 있다. 또한,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개발에도 성공해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총 생산량이 월 30만 장에 이를 전망이다.

CXMT뿐만 아니라 푸젠진화집적회로(FJICC)도 다시 시장에 등장했다. 2019년 미국 상무부의 제재로 사업을 중단했던 이 회사는 최근 구형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에 판매하며 시장 가격을 교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용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저조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주된 원인으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를 현실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이 미·일 무역 갈등 속에서 몰락했던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문제 삼아 강력한 관세를 부과했고, 결국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으며 쇠퇴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까지 부과될 경우 그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다음 달 12일부터 한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 시간) 포고문을 통해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수출 협정이 오는 3월 12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가 영향을 받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이후 일부 국가와 협정을 체결해 면세 조치를 적용했으나 이번에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시행하며, 필요에 따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추가적인 무역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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