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비명(비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이 이재명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를 겨냥해 잇따라 비판에 나서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날 이재명 대표와 만나 당내 통합과 포용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같이 극단적인 정치 환경에선 통합과 포용이 민주당의 앞길을 열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에 이 대표도 "앞으로도 그런 행보를 계속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은 이번 만남이 설 인사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비명계가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계의 결집 시도를 의식해 이 대표가 통합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명계는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당 지지율이 여당에 따라잡히고, 이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비명계 대표주자인 박용진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이 탄핵당하면 다음 정권은 무조건 민주당 차지가 될까"라며 "지금 민주당엔 낡은 것이 너무 많고, 달라져야 할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원조 친문계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지난 29일 SNS에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통합과 포용의 원칙이 당 안에서 먼저 구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2022년 대선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당에서 멀어진 분들이 많다"며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권 출마 의지를 내비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8일 SBS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2심에서 당선무효형 선고가 나오면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지적했다. 앞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재명 한 사람만 바라보는 지금의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친명계는 즉각 반발하며 대응에 나섰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단결과 통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김 전 지사의 지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전 지사를 겨냥해 "혹시 있을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선 후보가 되려면 분명한 비전과 가치 노선이 있어야 한다"며 "지난 대선 이후 구속과 해외 체류로 인해 공백이 있었던 만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성 친명계인 강득구 의원은 SNS를 통해 "일극체제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몰아가는 것은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라며 "탄핵 결과도 나오지 않은 엄중한 상황에서 당과 당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상대에게 먹잇감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총선에서 비명계 현역 박광온 후보를 꺾고 공천받은 김준혁 의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친문계 인사들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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