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루스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한인 A씨 부부는 요즘 고민이다.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아 생활하기도 빡빡한데 내년부터는 의무적으로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오바마 케어' 때문이다. 다행히 두 자녀는 피치케어를 소지하고 있지만, A씨 부부는 딱히 보험이 없어 아프면 그때 그때 저렴한 곳을 소개 받아 간단한 진료만 받는 수준이다. 영주권자로 캐쉬잡을 갖고 있는 이들은 반드시 보험을 들어야 하는지, 그렇다면 보험료는 얼마 정도 할지, 만일 보험을 들지 않았을 때 벌금은 얼마인지 막막하다.'
'작은 개척교회를 시무하는 B 목사. '오바마 케어'라는 말만 들으면 '베리칩'이 생각나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여기 저기 보험회사를 알아봤지만 50대 중반에 당뇨를 앓고 있어 가입 자체가 쉽지 않다. 가입이 되더라도 엄청난 보험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 아직 교회가 작아 사례비도 적고 담임목사 보험까지 해줄 형편은 안 된다. 사모가 웨이트레스로 일하면서 버는 돈으로는 생활하는데 보험을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2014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오바마 케어'를 앞두고 보험이 없거나, 값비싼 보험료가 걱정인 한인들이 늘고 있다.
2014년 1월부터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게 되는데, 벌금은 성인 한명당 일년에 95불 혹은 소득의 1% 중 높은 쪽, 2015년에는 325불 혹은 소득의 2% 중 높은 쪽, 2016년에는 695불 혹은 소득의 2.5%로 점점 올라간다. 많은 목회자들이 걱정하는 '베리칩'의 경우 실제보다 부풀려진 면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베리칩은 본래 기능적으로 치매나 심장발작 등 갑자기 정신을 잃는 경우 응급실에서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독의료상조회' 동남부 홍보위원 이연태 집사는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의 문제는 몇 십 년간 쌓인 것으로 '오바마 케어'가 시행되면 향후 10년 안에 이것이 미국 의료제도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가장 큰 문제는 재원마련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바마 케어'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 당뇨와 암 등 병이 있는 사람들은 보험을 들고 싶어도 보험회사에서 거절하거나 값비싼 보험료 때문에 엄두를 못 냈는데, '오바마 케어'가 시행되면 보험회사에서는 거절할 수 없게 돼 지병이 있는 분들은 큰 혜택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아예 저소득층이면 국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고소득층이면 자신에게 맞는 의료보험을 살 수 있었지만 그 중간에 낀 '중산층'의 경우 의료보험비는 비싸게 내면서도 정작 병에 걸리면 비싼 추가 비용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바마 케어'가 실행되면 이런 '중산층'들에게 좀 더 합리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및 합법적 체류자라면 '강제적으로' 의료보험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기독교인들은 세금을 통해 낙태를 위한 피임약이나 낙태 수술 등의 보조금을 의무적으로 내게 한 사항은 신앙양심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또한 술, 담배, 마약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를 접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분담해야 하는 모순 등으로 심리적, 실질적 반대에 부딪혀 왔다.
'오바마 케어'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종교 혹은 비영리 의료보험제도 중 하나인 '기독의료상조회'는 1996년 시카고 박도원 목사가 미국의 오랜 기독교 기반 의료상조회인 '메디세어'를 모델로 한인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운영돼 안정성과 신뢰가 구축됐으며, '오바마 케어'에서 인정하는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이연태 집사는 설명했다.
기독의료상조회에서는 가입신청을 하는 경우 몇 가지 조건을 걸고 있다. 첫째는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는 점, 둘째는 술과 담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약간의 술은 허용), 셋째는 지병이 없어야 하며, 65세 이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브론즈, 실버, 골드, 골드메디, 골드플러스, 브라더스 키퍼 등 다양하며 1인 기준 월 40불부터 시작된다.
'저렴한 가격으로 어떻게 비싼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에 대해 이연태 집사는 '한 질병당 12만 5천불로 지급하고 있으며, 미국인의 평균적인 수준보다 건강상태가 양호한 한인 기독교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료비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심각한 질병의 발생 비율이 일반 보험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0월부터 '오바마 케어'에 해당되는 프로그램 가입신청을 받는데, 수입이 적으면 90퍼센트까지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해 세금보고 시 이전 해에 보고한 내용보다 수입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 정부보조 비율이 줄면서, 이전에 보조 받은 비용이 부과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처음에 작성했던 수입보다 다음해 세금보고 시 적게 나오면 더 낸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환금(tax return)으로 돌려 받게 된다"고 설명하며, "가능한 정확한 수입을 기입해야 나중에 세금폭탄을 맞지 않는다"고 주의를 요청했다.
'오바마 케어' 시행에 따른 더 많은 정보와 기독의료상조회에 관한 정보는 웹사이트www.christianmutual.org 혹은 이연태 홍보위원 404-399-8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