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의 시위대 유혈진압 이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찬반세력 사이의 대결이 한층 더 폭력적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실탄 사용을 아예 공식화하면서 시위대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이집트 내무부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정부 소유 건물과 경찰 병력에 대한 공격에는 실탄을 사용하도록 모든 경찰에 지시했다. 정부의 무력 진압에 분노한 시위세력도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모습을 보여 악순환이 이어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런가운데 이집트 보건부는 15일 전날 모함메드 모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농성시위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578이라고 정정발표한 뒤 다시 623명이라고 수정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 측은 당국이 수백 명의 사망자를 세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시위자들은 카이로의 기자 지방 정부 건물에 불을 질렀으며 희생자의 가족들은 농성현장에서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들을 뒤지고 있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특히 사상자 가운데 총상자가 많아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번 유혈사태가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피해에도 굴하지 않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으며 이집트의 군부 지원을 받는 정부도 서방 동맹들의 비난에 아랑곳 않은 채 공공질서를 해치는 누구에게나 발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이집트 사태가 양극화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집트에 유혈사태 중단을 촉구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UN) 인권최고대표는 이집트 군경의 유혈 진압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외교부는 자국 주재 이집트 대사를 초치해 전날 유혈사태와 비상사태 선포에 항의했다.
외신들은 특히 연간 13억 달러(약 1조 45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원조를 비난하며 사태 해결에 대한 책임을 돌렸다.
조지워싱턴대 마크 린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이집트에 대한 모든 원조를 즉각 중단하고 카이로 대사관을 폐쇄해 현재 군부 정권을 합법 정부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양대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오바마의 대이집트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며, 즉각적인 원조 중단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마서스비니어드에서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유혈사태로 이집트가 '더욱 위험한 길'로 들어섰다"며 "이집트 정부는 국제적인 인권 규칙을 존중해야하고, 모든 정파 들도 (이집트의) 미래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집트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으며, 군부와 시위대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집트 사태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원조 중단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