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대면을 갖고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에서 한국 재계 인사 중 가장 먼저 이뤄진 이번 만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6일부터 2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10~15분가량 식사를 겸한 환담을 나눴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자 이번 대선의 '킹메이커'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정 회장과 트럼프 가문의 인연은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정 회장은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는 트럼프 일가와 같은 '종교적 철학 지향점'을 공유하며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차세대 정치 컨퍼런스 '빌드업코리아'에 참석해 "YJ의 환대를 잊을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만남의 주요 배경으로는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이 거론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등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세계 각국 외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 측이 신뢰도 높은 한국의 비정치인 유력 인사로부터 직접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2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나눈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으나, 트럼프 측의 한국 상황에 대한 관심 표명은 인정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저력있는 나라니까 믿고 기다려 달라, 우리는 빨리 정상으로 찾아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을 앞두고 아직 한국 정부가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정 회장의 '민간 특사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을 통해 양국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은 이러한 기대에 대해 "거기까진 생각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며, 정부 사절단 참여 요청이 있을 경우 기꺼이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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