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에 걸린 자녀를 위해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는 전요셉 목사가 지난달 20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미평동의 한 거리를 걷던 모습. ⓒ뉴시스
난치병에 걸린 자녀를 위해 국토대장정을 하고 있는 전요셉 목사가 지난달 20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미평동의 한 거리를 걷던 모습. ⓒ뉴시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 살 딸의 치료비 46억 원을 모금하며 880km 국토대장정에 나선 한 아버지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치료제 생산비를 절감하고 바이오 산업을 육성할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 설립 논의는 예산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

전요셉 목사의 딸 사랑 양은 희귀 질환인 ‘듀센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유일한 치료법인 유전자 치료제 비용은 46억 원에 달해 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공통적인 문제로, 치료제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국가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는 유전자·세포 치료제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임상 연구를 활성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핵심 시설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미국 위탁개발생산(CDMO)업체에 의존해야 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치료제 개발비는 약 25억50억 원, 세포 치료제는 45억50억 원이 소요되지만, 센터 설립 시 10억 원 내외로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 설립은 예산 문제로 지지부진하다. 보건복지부는 설립 타당성을 검증할 연구용역 예산 2억 원이라도 확보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기재부는 센터 설립의 타당성과 예산 투입의 효율성을 두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허영 의원은 "희귀질환 치료제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며 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은석 의원도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유전자·세포 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선 바이러스 전달체 등 첨단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는 이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기반이 없다. 이는 환자들이 고비용의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낳고 있다.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환우회 이주혁 회장은 “세포·유전자 치료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산업과 비교하는 것은 문제”라며 "예산 투입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국부 창출과 기술 유출 방지라는 점에서 국가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국회 전자청원에 올라온 '유전자 세포 치료 현실화를 위한 법 개정 요구' 청원은 1만6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넘어가려면 5만 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맞은 국회에서는 센터 설립에 필요한 예산 증액 여부를 논의 중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박정 위원장은 "제도 밖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지원은 정책적 우선순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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