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나즈란 지역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예멘 국적자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1985년 사우디 내 마약사범 참수 장면. ⓒ데일리메일 보도화면 캡처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나즈란 지역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예멘 국적자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1985년 사우디 내 마약사범 참수 장면. ⓒ데일리메일 보도화면 캡처

사우디아라비아가 2023년 한 해 동안 외국인 101명을 처형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와 재작년에 각각 34명이었던 외국인 사형 집행 수에 비해 약 3배나 증가한 수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7일(현지시각) 사우디 관영 통신을 인용해, 지난 16일 남서부 나즈란 지역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예멘 국적자의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형 집행은 올해 사우디 내 외국인 사형 건수를 101건으로 끌어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들어 17일까지 총 274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이는 종전 기록이었던 1995년의 192건과 2022년의 196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국과 이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사형 집행이 많은 국가로 기록되고 있다.

올해 사형 집행의 급증은 특히 마약 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관련이 깊다. 사우디는 3년간 유지해온 마약사범 사형 집행 유예를 2022년 종료한 이후, 올해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과 처벌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사형수 가운데 국적별로는 파키스탄 출신이 2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예멘 20명, 시리아 14명, 나이지리아 10명, 이집트 9명, 요르단 8명, 에티오피아 7명 순이었다. 사형 집행 방식은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우디에서는 주로 참수형이 집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 단체들은 외국인들이 사우디 사법 체계 내에서 특히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사우디 인권기구(ESOHR)의 활동가들은 외국인 피고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사형 집행이 외국인에 집중되는 경향을 비판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22년 인터뷰에서 "살인 사건이나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형을 폐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형 집행 건수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이러한 발언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드러나고 있다.

중동에서 사형제도 반대 운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 '집행유예(Reprieve)'는 사우디의 지속적인 마약범 단속과 강력한 처벌이 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올해 전체 사형 집행 건수가 3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 집행 증가와 외국인에 대한 강경한 처벌은 국제 인권 단체와 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및 취약 계층에 대한 공정한 사법 절차 보장이 사우디의 인권 개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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