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자살대책위원회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생명문화학회 창립 1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자살예방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한국의 연령 표준화 자살률은 24.8명으로 OECD 평균(10.7명)의 두 배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등으로 자살 사망자가 급증해, 지난해에만 1만3978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올해 1~5월 자살 사망자 수도 6375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박인주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기조강연에서 "정부가 자살을 단순히 개인의 정신보건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민관 거버넌스 부재와 예산 부족으로 자살예방 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살예방 업무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국 내 자살예방정책과에서만 담당하고 있으며, 17개 시도와 지자체, 경찰청에는 전담 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에 박 대표는 보건복지부 차원의 대응을 넘어 민관산학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자살대책위원회 설치와 함께 국가종합자살대책지휘센터 운영을 제안했다. 또한 자살예방 예산을 현재 488억 원에서 3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은 경찰과 소방의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처럼 경찰과 정신건강전문가가 협력해 현장에 출동하고, 위기상황에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위기 대응 공동 훈련, 심리적 응급 처치 교육 확대, 자살예방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경찰 공무원의 자살 현상과 심리부검 도입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송혜진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의 발표에 이어 전문가들은 자살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생명문화학회는 이날 총회에서 명칭을 '생명존중자살예방학회'로 변경하고, 자살예방을 위한 교육과 연구,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학회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자살예방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자살률 감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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