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을 다루며, 성서 속 성자(聖者)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고뇌에 휩싸인 예수의 내면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1971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자리 잡았으며, 여전히 파격적인 연출과 깊이 있는 주제로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특히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넘버 겟세마네에서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자신의 죽음을 앞둔 공포와 의문을 절규하며 토로한다. “내가 죽어 얼마나 더 대단한 걸 갖게 되나요? 얼마나 더 위대한 걸 이루시나요?”라는 대사는, 그저 신의 뜻을 따르는 예수가 아닌, 자신의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긴 생명력의 근본에는 무엇보다도 팀 라이스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합작한 음악이 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록 사운드를 더해 강렬한 리듬과 선율을 선사하는 음악은 지금도 관객을 매료시키며 전율을 자아낸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겟세마네, 수퍼스타, 마음 속의 천국 등이 있으며, 관객들 사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이번 시즌 첫 공연에서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시몬 역을 맡아온 배우 마이클 리가 예수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났다. 그는 고음을 포함한 고난도 넘버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것은 물론, 예수가 겪는 고통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의 뮤지컬이기 때문에 대사보다는 노래로만 진행되지만, 그의 진중한 연기와 섬세한 호흡은 한국어에 대한 언어적 장벽마저 무색하게 했다.
또한 이 작품은 성스러운 이미지에만 치우치지 않고 관객을 당황하게 할 정도로 극단적인 연출을 통해 예수의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예를 들어,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장면에서 유다가 나타나 마치 팝스타처럼 춤을 추며 예수에게 도발하는 수퍼스타 넘버는 매우 흥겹지만 그 가사에는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희생했는가"라는 도발적 질문이 담겨 있다. 이와 같은 파격적 연출은 관객에게 예수의 고뇌와 함께 인류의 구원이라는 테마를 묵직하게 전달하며, 뮤지컬이 가진 종교적 경계를 넘는 매력을 보여준다.
공연 말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장면은 진지하고 엄숙하게 표현되지만, 이 작품은 예수의 부활을 다루지 않는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여전히 파격적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속 넘버 마지막 만찬은 와인을 예수의 피로 묘사하는 성서적 의미를 강조한다. 예수는 자신의 피로 상징되는 와인과 몸을 상징하는 음식을 제자들과 나누며, 자신의 희생을 예고한다. 이러한 장면은 와인이 기독교 내에서 신성한 음료로 여겨진 배경이 되었다.
와인과 교회의 관계는 역사적으로도 깊은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교황의 와인'이라 불리는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로, 이는 중세 프랑스의 아비뇽 유수 시기와 관련이 있다. 프랑스 왕의 권세가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밀어내면서 이 지역은 자연스럽게 교황청에서 사용할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 와인 산업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한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내년 1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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