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산업화 시대 경영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대한민국 정치사의 주요 순간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그의 생이 막을 내렸다.
1935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난 고인은 포항 동지고와 서울대학교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켐벨대학교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코오롱 1기 신입 공채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이후 코오롱과 코오롱상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한국 섬유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계 입문 후에는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경북 영일·울릉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18대까지 포항 남·울릉 지역구에서 내리 6선을 기록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국회에서는 부의장, 운영위원장, 재정경제위원장을 지냈고, 한일의원연맹회장으로서 한일 관계 개선에도 힘썼다.
특히 고인은 위기 상황에서 탁월한 조정 능력을 발휘해 '미스터 위기관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위원장으로서 금융개혁법 통과를 위해 "대한민국은 우리 모두의 나라"라며 여야 화합을 이끌어냈고, 2002년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락했을 때는 당의 쇄신을 주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이기도 한 고인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가교 역할을 하며 당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11년 일본으로부터 조선왕실의궤를 반환받는 데 힘을 보탰고, 2010년에는 리비아 억류 요원 석방과 볼리비아 리튬 자원 확보 등 국익 증진을 위한 외교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신자씨와 자녀 지형·성은·지은씨, 며느리 조재희씨, 사위 구본천·오정석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6일 오전 6시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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