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 연령을 제한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정책이 사회적 소수자들의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달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보호를 위해 SNS 사용 연령 제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빠르면 올해 내 관련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은 14∼16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청소년들의 SNS 사용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 서비스인 ‘리치 아웃’이 올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호주 10대 자녀를 둔 부모의 3분의 2가 자녀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호주 청소년들의 SNS 사용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2023년 시드니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12∼17세 호주 청소년 중 약 75%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호주 청소년의 약 97%가 평균 4개의 플랫폼에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연결성이 높은 계층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SNS 사용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음란물 등 부적절한 내용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시드니의 한 교회에서 발생한 16세 소년의 흉기 테러 사건이 SNS를 통한 극단주의 단체 활동과 연관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연령 제한 정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제한이 이주민 및 기타 소수 민족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의 경우 필수적인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우려에 동의하고 있다. 시드니 공과대학 디지털 미디어학과의 아멜리아 존스 조교수는 “금지 조치는 우리가 권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라며, “많은 젊은이에게 소셜 미디어는 선택 사항이 아니며, 전면적 금지가 초래할 정신건강에 대한 결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드니대학의 저스틴 험프리 연구원은 소셜 미디어 회사가 청소년을 더 잘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전면적인 금지는 ‘화면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페이스북과 왓츠앱을 소유한 메타는 젊은 사용자를 유해한 콘텐츠와 상호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지지하지만, 연령 차단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책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튜브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부모가 자녀의 유튜브 이용을 감독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연령 제한을 강제해도 사용자들이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이를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인터넷 플랫폼을 대상으로 연령 기반 금지를 시행한 국가는 없으나,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하고, 프랑스에서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등교 후 스마트폰 압수’ 정책을 시행하는 등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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