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 호출기와 무전기의 동시다발적 폭발 사건이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 초유의 사건으로 인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해 사태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경,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소지하고 있던 여러 대의 호출기가 동시에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폭발 약 5초 전 호출기에서 신호음이 울리고 화면에 일련의 숫자가 표시되었다고 한다. 헤즈볼라는 초기 평가에서 신형 호출기에 폭발 장치가 심겨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다음날 발생한 무전기 폭발은 더 큰 규모의 피해를 초래했다. 레바논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이 폭발로 20명이 사망하고 4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전날 호출기 폭발로는 12명이 사망하고 약 2,800명이 다쳤으며,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두 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란 국영 TV는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 대사가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대원 일부가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이란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전쟁을 선언한 이후, 내부 통신에 무전기와 호출기를 사용해 왔다. 이는 기존 통신망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2월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스마트폰이 이스라엘의 감시나 표적 공격에 이용될 수 있다며, 요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번에 폭발한 호출기는 대만의 골드아폴로사 제품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골드아폴로 측은 해당 호출기를 직접 생산하지 않았으며, 약 2년 전 자사 브랜드와 상표를 라이선스한 외국 회사에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발표에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등록된 BAC 컨설팅 Kft라는 회사에서 설계하고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예비 조사를 토대로 이스라엘 스파이들이 레바논으로 배송되는 호출기를 가로채 작은 폭발물과 부품을 포장한 뒤 동시에 폭발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이러한 작전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는 공격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공격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지시했으며, 호출기 조달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부 협력자 여부도 조사 중이다. 레바논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 기술 전문가에게 레바논 통신망 점검을 요청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북부 라마트 다비드 공군기지 방문 자리에서 "전쟁에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며, 이스라엘 방위군 및 정보기관들이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해 이스라엘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은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헤즈볼라의 보복 예고와 이스라엘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향후 사태 전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레바논 정부의 대응과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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