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있는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있는 모습. ⓒ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 현장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이트에서 추석 기간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응급실 부역' 항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 항목은 '민족 대명절 추석 기념 수련병원 응급실 특별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각 병원별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응급실에서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들의 인원수와 이름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공개된 명단에는 복귀한 전공의, 의대생, 촉탁의, 군의관, 공중보건의, 전임의 등 다양한 직군의 의료진이 포함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이름이 공개된 인원만 해도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추석 연휴를 앞두고 파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군의관 5명의 명단도 포함되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이트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제보 우선순위로 '응급의학과 추석 때 힘써주시는 선생님들(군의관, 공보의) 새로 생기면 급구'한다는 문구를 가장 상단에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에서 근무하게 될 의료진의 명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국장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남 국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에게 '부역'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라며 이를 "조직적인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15명의 군의관을 파견했으나, 이들이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해 난항을 겪고 있다. 복지부는 추가로 235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순차적으로 파견할 계획이지만, 앞선 사례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의 적시 투입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군의관 배치와 관련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있으며 파견 군의관의 의사와 의료기관 필요 등을 조율해 의료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명단 공개 행위가 의료진의 복귀나 근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7월, 블랙리스트에 명단을 게시한 개원의 2명과 전임의, 전공의, 군의관 각 1명 등 총 5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남은경 국장은 "복귀를 하고 싶어도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다른 한 의료계 관계자도 "이번 사태는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 서비스 제공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향후 정부의 대응과 의료계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가운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을 위한 조속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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