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들의 하반기 투자가 주춤하다.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삼성을 제외하면 '예년 수준'을 고수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경영에 영향을 미칠 거시변수가 많다보니 일부 기업들은 투자계획 자체를 확정하지 않은 채 일단 현금을 확보한 후 상황이 투명해지기를 기다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상위 10대그룹 가운데 최근 24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삼성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하반기 투자 계획을 밝힌 그룹은 없다.
뉴시스가 각 그룹에 하반기 투자계획을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그룹들이 "전년 수준에서 투자하겠다"고 답했고, SK는 "전년 보다 투자가 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문의에서 일부 기업들은 "아직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좀더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의 투자규모가 가장 크다.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24조원의 설비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지난 26일 밝혔다. 기존 사상 최대였던 전년도(22조85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 상반기에는 9조원이 집행돼 하반기에만 15조원을 쏟아붓게 된다. 그룹 전체 투자액은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투자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룹 측은 "올해 투자금액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투자액이 지난해(14조1000억원) 수준에 준하는 13조8000억~15조20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그룹은 하반기 집중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연간 투자금액은 16조6000억원으로 상반기 투자는 전년보다 약간 줄었다"며 "하반기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 전년 대비 투자규모가 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의 법정 구속 등 경여환경 변수로 하반기 투자규모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LG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6조8000억원보다 19.1% 늘어난 규모다.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의 투자는 지난해 5조원에 비해 20% 늘었다.
그룹 관계자는 "20조원 투자금액을 계획대로 집행할 것"이라며 "하반기 투자액은 계열사별 투자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전년(7조2000억원) 수준인 7조~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그룹 관계자는 "투자계획은 연간 단위로만 발표하고 있다. 특별히 하반기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당초 밝힌 6조8400억원의 투자금액을 예정대로 집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투자액인 6조2000억원에 비해 10% 증가한 수치로 유통부문 3조6000억원을 비롯해 건설 1조원, 유화 8000억원, 호텔·서비스 7800억원, 식품 6600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전년(2조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하반기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줄이지도 않을 것"이라며 "계획대로 투자금을 집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GS그룹의 올해 투자계획은 2조7000억원이다. 그룹 측은 "상반기 투자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하반기에는 계획대로 투자금액을 집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경기상황에 따라 집행이 조금 지연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올해 전년(3조원)과 비슷한 수준인 2조7062억원을 투자한다. 그룹 측은 "이중 상당 부분이 항공기 구입 등에 소요된다"며 "이미 올해 항공기 도입 계획 9대 중 상반기에만 7대를 집행, 하반기에는 나머지 2대 도입 등 투자금액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 구속에 따른 리스크를 겪고 있는 한화그룹은 "올해 초 경영계획을 확정짓지 못해 투자규모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