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지난 22일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주요 수련병원 의대 교수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복귀 전공의 7648명을 사직 처리하고 진행되는 새 전공의 충원에 대해 교수들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고려대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수련 병원 소속 교수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련병원과 진료과별로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에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안과학 교실 교수들은 24일 성명을 통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잘못된 의대 정원 증원과 소위 의료개혁 정책으로 인해 전공의와 학생들이 진료와 배움의 현장을 떠난 지 다섯 달째"라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하며 9월 전공의 모집을 시행할 의사가 없음을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제대로 된 경쟁과 교실의 검증 절차를 거쳐 선발한 전공의들만이 유일한 제자와 동료들"이라며, "강압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집 절차를 통해 다른 전공의들이 그들의 빈 자리에 들어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실의 의사에 반해 전공의 모집이 진행될 경우, 하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한 모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레지던트 1년차를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가 하반기 모집 때 전공 과목을 바꿔 서울아산병원 피부과·성형외과 등 인기과에 지원하는 것을 막아 달라는 소속 교수들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다. 병원 측은 지방의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서울의 인기과로 지원하게 되면 지역 의료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려대 의료원 소속 교수들은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면접 탈락 사유에 '지역 의료 붕괴'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톨릭의료원 9개 전공 분야 교수들도 하반기 전공의 채용 보이콧 의사를 밝혔으며,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들 역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세브란스 전공의는 일괄 사직 처리됐고,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등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 교육의 주체인 진료과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지도에 따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시점이 아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시점을 기준으로 사직 처리하고 정원 감축을 언급하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수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현재의 의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의료 교육 현장의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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