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건전재정'과 '경기부양'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거대 야당의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내수 부진과 저출생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면서도 '세수펑크' 사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9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앞서 이달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 마련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현안질의에 답변하며, 세수결손, 내수경기 침체, 부동산 정책, 저출생, 감세정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경제정책 기조가 저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는 소득세와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세와 상속세가 둘 다 높은 수준이고 최고 세율은 높은 부분도 있지만, 소득 분위별로 따져보면 소득이 높은 분위의 소득세율이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곧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소득세와 상속세 개편 방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발표 전까지 고민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윤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재정당국의 세제개편안 발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재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통해 파격적인 세제지원 방침을 밝힌 이후, 추가 세제지원안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며 감세정책과 건전재정 기조 사이의 충돌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전재정을 추구한다면 세수를 확충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데, 건전재정을 표방하면서 감세를 시행하고 있고 세수도 잘 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확히 말하면 건전재정을 추구하는 것인지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것인지 사실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기재부는 세수결손에 대한 해결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56조원대의 역대 최대 세수펑크에 이어 올해도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덜 걷히며 2년 연속 세수펑크가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올해도 세수사정이 썩 좋은 것 같지 않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재정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재부는 최근 '주요국 의무·경직성 지출검토 사례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주요국의 지출검토 사례를 분석해 우리나라의 기존 재정지출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재정수요를 담을 재정여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회보장성 기금 등 국가가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거나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의무·경직성 지출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유사한 상황에 직면한 주요국들의 지출검토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사점을 참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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