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앞 교차로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68세 가해 운전자의 연령이 확인되면서 '고령운전자 면허반납' 문제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경 발생한 이번 사고는 제네시스 차량이 웨스틴조선호텔을 나와 4차선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며 200m 가량을 질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차량은 2대를 연속 추돌한 후 인도로 돌진해 시민들을 덮쳤고, 최종적으로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멈췄다. 가해 운전자는 1974년 면허를 취득한 '베테랑 운전자'로, 사고 원인을 '급발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수는 2022년 기준 438만 명으로, 2025년 498만 명, 2040년 1316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률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3만 1072건이었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22년 3만 4652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발생률이 감소하는 추세와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각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나 지역상품권 등으로 10~30만 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난해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인센티브가 반납률 저조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보다 실효성 있는 교통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고령자 차량에 비상자동제동장치를 장착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는 80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면허를 말소한 뒤 재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장효석 책임연구원은 "고령운전자 추돌사고는 매년 급증하고, 전체 추돌사고에서 고령 운전자가 차지하는 점유율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면허 유지가 어려운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첨단안전장치(AEBS) 장착 차량 한정 운전 조건의 조건부면허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교통전문가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고령 운전자의 안전한 운전을 보장하기 위해 첨단안전장치 보급 등 다각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령 운전자 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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